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MT리포트]월 평균 101만원 주택연금 받는 사람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주택연금 사용설명서]가입자 평균 연령 72세, 가입자 6만9191명…가입자 만족도 높아

머니투데이

#1960년대 중반 프랑스 아를 지방에 살던 칼망은 동네 변호사에게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 매매조건은 굉장히 특이했다. 칼망이 살아있는 동안 매달 2500프랑(약 50만원)을 변호사가 지불하는 대신 그녀가 죽은 다음 집의 소유권을 변호사가 갖기로 한 것. 계약 당시 칼망의 나이는 90세. 변호사의 나이는 47세였다. 모두가 변호사가 이득을 보는 거래라 생각을 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95년 변호사가 77세로 사망했을 당시 칼망은 120세의 나이로 여전히 정정했다. 변호사가 30년동안 매달 2500프랑씩 낸 돈을 전부 합치면 집값의 두배가 넘었다. 주택 소유권을 넘겨 받기위해 변호사의 가족들은 2년 뒤(1997년) 칼망이 사망할 때까지 매달 약속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칼망 할머니의 사례는 집 한 채가 노후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노후 준비 기간을 통계상의 평균 나이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뜩이나 은퇴 이후 가진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뿐인 경우가 대부분인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칼망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사례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6만9191명으로 집계됐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2세로, 가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9600만원으로 월 평균 지급금은 101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주택연금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 60세 이상 자가주택 보유가구 중 주택연금 이용률은 1.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한 국내 현실에서 하나 남은 재산(집)을 본인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게 현실이다.

주금공이 공개한 주택연금 가입자들의 수기 사례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엿보인다. 남편 없이 홀로 집안 생계를 이끌어 온 A씨에게 은퇴 후 남은 것은 30년 전 빚을 지며 장만했던 시영아파트 한 채 뿐이었다. 아파트가 오래돼 재건축에 들어갔고, 집값도 크게 올랐다. 자녀들은 그동안 고생했으니 주택연금을 받을 것을 권했지만 A씨는 유일하게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라며 한사코 거부했다.

‘그 집은 엄마의 재산이니 엄마가 써야 한다’는 끈질긴 설득에 A씨는 마음을 바꿨다. 본인이 죽으면 주택 처분 가격에서 사망 전까지의 수령액을 뺀 차액을 자식들에게 준다는 말도 A씨의 부담을 덜어줬다. 2015년부터 첫 주택연금을 수령한 A씨는 손주들에게 용돈도 주고, 가족 외식에서 본인이 계산도 하면서 주택연금 받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짐이 될까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은퇴 이후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손을 벌릴 순 없기 때문이다. B씨는 2016년 봄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은퇴 후 자식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서로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B씨의 선택에 가족들도 동의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연금을 보며 B씨는 바쁘게 지내왔던 젊은 시절을 보상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주택연금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반대로 한편에선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은퇴 이후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사회 분위기가 주택연금 가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C씨는 주택연금 가입 이후 새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회사에만 매여 자기의 삶이 없었지만 퇴직 후 매달 나오는 주택연금을 받으며 온전히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다. 걷기 동호회와 시니어 합창단 활동은 물론 불교대학에서 자기계발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C씨는 “주택연금이 없었다면 현재 생활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은퇴 이후를 ‘인생 2막’이라고들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