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 및 주요 법안 심의가 이뤄지는 와중에 개각설이 돌출된 것을 난감해하는 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지난해에도 예산 심의 도중에 경제부총리 교체가 발표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기획재정부는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잔뜩 경계하고 있다.
기재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을 책임지는 구윤철 차관도 총선 차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 2차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동시에 교체되는 것은 기재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14일 정치권 및 세종시 관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총선에 차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당으로 복귀해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정치 복귀 이야기도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낙연 총리의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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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홍 부총리가 강원도 춘천, 정 장관은 경남 진주, 박능후 장관은 경남 함안, 성 장관은 대전 등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경북 성주 출신인 구윤철 기재부 2차관도 고향에서 출마 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은 경기 이천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여권에서는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비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내세워 조국 사태 등으로 인한 지지도 하락 등을 만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종시 정부 부처 내부에서는 내년 예산안 심의 등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장관 교체 논의가 나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 예산안 심의를 경제부총리가 진두지휘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갑작스러운 개각 논의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예산편성 책임자인 구윤철 2차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예결산 소위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 심사를 책임지는 투톱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상황 자체가 마뜩치 않다는 반응도 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심의 도중에 수장 교체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청와대는 작년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 심의가 진행되던 11월 9일 김동연 전 부총리의 교체를 발표하고, 당시 국무조정실장이었던 홍남기 부총리를 경제부총리로 지명했다.
기재부 실무진은 김 전 부총리가 지휘하는 예산안 심의와 홍 부총리의 청문회 준비를 동시에 추진하느라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기재부는 내년 경제정책방향 수립 논의가 개각 논의 등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개각이 이뤄지더라도 시점은 12월3일로 정해진 예산안 처리 시한 이후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시한(내년 1월16일)에 따른 국회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 결심에 따라 이달 말에 개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 확정을 위한 선거법 개정, 검찰개혁법안 등과 연계될 경우 내년 예산안처리가 12월 10일쯤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예산안 및 법안처리 등 정치 일정에 연계된 모든 게 유동적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각 가능성까지 불거져 실무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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