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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베네치아 53년 만에 최악의 침수…산마르코 대성당도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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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 수위 187㎝ 치솟아 도시 80% 침수

물빼던 남성 감전사…시내전체 학교 휴교

베네치아 시장 ‘국가재난상태’ 선포 촉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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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세계적 관광도시 베네치아가 53년 만에 최악의 침수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최근 호우가 이어지며 12일 밤 만조 수위가 187㎝까지 급상승하며 도시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만조 수위가 194㎝에 육박했던 1966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13일 하루 시내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베네치아가 (침수에) 무릎을 꿇었다”며 중앙 정부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 <안사>(ANSA) 통신 등이 전했다.

사상 최악의 침수 사태로 도심 전체가 처참한 난장판으로 바뀌었다. 베네치아 인근 펠레스티나섬에선 한 남성이 집으로 들어온 바닷물을 빼내려고 펌프기를 작동시키려다 감전사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까지 소형증기선 ‘바포레토’ 등의 교통수단을 포함해 최소 60여척의 선박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의 역사지구는 바닷물에 떠밀려나온 음식점의 식탁과 의자, 각종 쓰레기 등이 나뒹굴며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바닷물에 떠밀려 나온 선박들이 운하 밖 둑에 드러누워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베네치아가 자랑하는 인류 문화유산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이 1m 이상 물에 잠겼고, 9세기에 세워진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 대성당에도 바닷물이 들어찼다. 산마르코대성당은 마가복음서를 쓴 성 마르코의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성당 내부의 중세 모자이크와 타일은 물론 성 마르코 유해가 안치된 지하실까지 침수돼 문화재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프란체스코 모랄리아 베네치아 주교는 ”산마르코 대성당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사실, 수상도시인 베네치아에선 비가 많이 내리는 늦가을과 초겨울 도심 침수 현상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만조 수위가 100~120㎝를 오르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엔 며칠째 계속된 호우에 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시속 100㎞의 강풍까지 겹치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됐다. 브루냐로 시장은 이를 두고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해수면 상승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침수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보호방벽을 세우는 것을 뼈대로 한 ‘모세 프로젝트’의 완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세 프로젝트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첫 삽을 떴으나 자금난과 부패 스캔들 등으로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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