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 윤가명가 "미쉐린 관계자 컨설팅비 5000만원 요구"
미쉐린가이드 측 이례적 질의응답 시간 갖고 ‘의혹 해명’
"돈 받고 별 준다? 익명의 평가원 다수가 돈 내고 먹으며 선정"
올해 4회째를 맞은 미쉐린가이드가 스타 레스토랑 선정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웬달 뽈리넥시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기자들과 따로 만나 "신뢰는 미쉐린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자체적으로 내사를 벌인 결과, 미쉐린 직원들은 논란과 어떠한 연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미쉐린가이드 발표장에서 질의응답 시간이 별도로 마련된 건 발간 4년 만에 처음이다.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진행된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0' 시상식에서 별3개 레스토랑에 선정된 가온의 김병진(오른쪽) 셰프와 라연의 김성일 셰프가 그웬달 뽈리넥시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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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별 준다’ 의혹에 "평가원이 돈내고 손님과 동일 대우"
이날 오전 한식당 윤가명가를 운영하는 윤경숙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미쉐린 측이 별점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미쉐린가이드 중간 관계자라고 밝힌 인물이 컨설팅 명목의 금전 5000만원과 비행기값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그 인물이 미쉐린 일정과 정부와의 협상 내용 등을 정확하고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쉐린가이드가 돈을 받고 식당을 선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과 관련해 미쉐린 측은 윤가명가에 금품을 요구한 인물은 미쉐린과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웬달은 "미쉐린은 독립성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해 왔으며, 평가원들은 100% 독립성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일관성 있게 평가하고 있다"며 "한 식당에 대해 평가원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크로스체크를 하며 최종적으로 결과를 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금품을 요구하면서 미쉐린의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미쉐린 직원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식당은 미쉐린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우리가 돈을 내고 식당을 이용하고 다른 고객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미쉐린 측은 작년부터 이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내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웬달은 "미쉐린은 작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내사를 벌였으나 우리 쪽에서 정보가 유출됐거나 미쉐린 직원이 이 문제에 연루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우리 쪽에서 정보 유출은 없었다는 결론을 유지하고 차분하게 우리의 길을 갈 것(keep calm and carry on)"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법적 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미쉐린가이드 서울 2020' 시상식이 열린 서울 광진구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그웬달 뽈리넥시 미쉐린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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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익명성과 신비주의, 우리의 키…비밀주의 고수할 것"
미쉐린가이드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한국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프랑스 셰프 마크 베라는 자신의 식당이 미쉐린 별 3개에 올랐다가 별 2개로 떨어지자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며 미쉐린 별을 거부했다. 또 다른 프랑스 셰프 세바스티앵 브라는 지난해 "18년간 미슐랭 암행 평가단이 연 2~3회 예고 없이 방문했다. 평가단이 아닌 손님을 만족시킬 것"이라며 18년 동안 유지해 온 별 3개를 스스로 반납했다.
미쉐린가이드는 익명의 평가원이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일반 손님으로 가장해 레스토랑에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미쉐린가이드가 밝힌 평가 기준은 ①식재료의 품질 ②요리법과 풍미의 조화 ③요리의 창의성 ④가격에 합당한 가치 ⑤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다.
미쉐린 측은 신비주의로 인한 잡음에도 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웬달은 "신비주의와 익명성은 미쉐린의 키(key)"라며 "평가원의 숫자를 공개할 순 없으나 다수의 평가원이 총 32개의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나라를 옮겨다니며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평가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쉐린이 전 세계적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평가하는 방법은 일관성이 있고, 앞서 여러 나라에서 신뢰성이 입증됐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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