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보험산업대상(Asia Insurance Industry Award) '올해의 디지털기술상'에 국내 보험사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세계 최초'가 붙어 시선을 끌었다.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이 금융과 결합하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지만 보험업권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주인공은 교보생명의 AI 언더라이팅시스템 'BARO(바로)'다.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보험계약을 인수할지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보험업에 있어 핵심 업무다. 그러나 최근 보험상품 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언더라이팅을 간소화 해 자동심사로 진행하는 '오토 언더라이팅'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전체 계약 중 절반 이상을 오토 언더라이팅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다. 즉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교보생명에서 빅데이터와 AI 관련 개발과제를 담당하고 있는 도상인 빅데이터활용팀장을 만나 무엇이 다른지 들어봤다.
도상인 교보생명 빅데이터활용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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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인 팀장은 "우리나라처럼 보험 주계약에 30~40개 이상 특약이 많이 붙어있는 복합상품을 판매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바로가 '왜 세계최초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같은 복합상품 심사(언더라이팅)가 가능하다는 점과 여기에 자연어 처리 로직을 결합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최초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바로'의 주요한 기능은 크게 두가지다. 보험 청약시 본심사(언더라이팅) 단계에서 위험이 낮은 계약에 대해 자동으로 승낙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본심사 이전에 고객의 계약체결 진행이 가능할지를 두고 설계사와 보험사간 정보를 주고받는 '사전심사'에서 설계사들의 질문에 AI가 자연어로 대답하는 기능이다.
'바로'는 특히 사전심사 단계인 '컨설턴트 QA'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전심사 단계에서 챗봇을 이용해 간단한 질문에 정해진 답변을 낼 수 있도록 도입한 곳들은 있지만, 거기까지다. 질문자나 상황에 따라 워낙 다앙한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챗봇에서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복잡한 구조의 상품일 경우 한계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더욱이 설계사들 간에도 연령차이가 크고 그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들이 다르다보니 본심사보다 사전심사에서 걸리는 시간과 인력 소요가 매우 큰 상황이다.
도상인 교보생명 빅데이터활용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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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바로'를 통해 이같은 사전심사 작업을 '컨설턴트 QA'로 대체한 비중이 73%에 달한다. 답변의 정확도는 95% 정도다. 설계사마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기준으로만 볼 경우 정확도는 85%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도 팀장은 "바로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현장에서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발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사전심사에서 현장의 설계사들이 규격화되지 않은 상태로 질의했을 때 바로는 이 결과를 자연어로 대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질문을 하면 정해진 답변 가운데 가장 확률이 높은 답을 제공하는 방식인 '챗봇'과는 다르다"며 "약 800여개의 전처리 로직을 구성하고 1만3000개의 단어사전과 언어분류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등 새로운 '토픽모델링' 기법을 적용해 정상, 거절, 기타 판별에 대한 다양한 답변과 확률을 제공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동심사'의 경우도 언더라이팅 업무를 상세히 모방해 총 99개의 정형·비정형 변수를 투입, 언더라이터가 해온 심사방식을 학습해 동일한 패턴의 결과를 산출해 내고 있다.
도상인 팀장은 "현재 치아보험, 단체보험 등 특별인수 조건이 있는 보험상품 외에 모든 상품에 바로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적용가능 상품은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가 언더라팅 업무를 대체할 경우 휴먼에러, 즉 사람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고 심사자마다 경험, 지식정도 등 숙련도 차이에 따라 심사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전심사에 집중됐던 업무 부담이 낮아지면서 언더라이터들은 고위험 계약 등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전체적인 업무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다.
도상인 교보생명 빅데이터활용팀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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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팀장은 "앞으로 '바로'의 인지가능 언어, 자연어처리 정교화와 함께 청약, 고지서류 인식을 통해 자동심사를 확대하는 쪽으로 계속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지급심사에도 이같은 로직을 적용할 경우 지급예상금액 산출 및 지급심사 업무에 적용이 가능해져 비용절감 효과와 업무 부담을 감소시켜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업무들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관련한 애로도 토로했다.
도 팀장은 "고객은 보험가입을 위해 청약서류 정보만 제공하지만 실제 보험가입 심사단계에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심사를 진행한다"며 "언더라이팅 업무 모두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아직까지도 많은 연구와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에 대한 만능주의 혹은 막연한 공포감은 여전히 관련업무를 진행하는데 큰 걸림돌"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관련해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100여가지 넘게 있지만 막연한 낙관과 불안감으로 인해 타부서 협업 등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고 무엇보다 그동안 체계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과제에 맞게 정리하고 다듬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이 디지털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관련 과제와 작업들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바로' 개발을 추진한 것 역시 신 회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이 향후 목표로 하는 방향 역시 보험업계에서 '디지털혁신'을 선도하는 것이다.
도상인 팀장은 "상품마케팅, 현장영업, 현장고객서비스, 지원업무 등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빅데이터, AI 등 지능정보기술들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초기에는 바로와 같이 업무개선 중심에서 새로운 서비스, 상품, 채널로 전이돼 보험이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부분으로 확대될 것이며 이를 앞서 준비하는 디지털혁신 선도 기업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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