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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집단 癌 발병 익산 장점마을…정부 "비료공장 유해물질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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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 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22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한 사건은 결과적으로 환경오염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인근 비료공장에서 불법으로 사용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이 집단 암 발병 상태의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는 14일 '익산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마을 인근 금강농산이 비료를 만들기 위해 KT&G에서 사들인 연초박이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가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휘발돼 주민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 측이 발암물질을 거를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다. 비특이성 질환이란 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질병으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섬유화, 석면으로 인한 악성중피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부는 이날 장점마을 주민들의 건강 영향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2017년 암 환자 22명이 발생해 전체 암 발생률은 일반 지역보다 1.99배 높았다. 담낭·담도암은 15.24배였으며 피부암은 11.6배였다. 조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공장 근로자 22명 중 5명도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환경오염 피해 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들이 피해 구제를 신청하면 절차를 밟기로 했다. 환경오염 피해 구제는 환경오염 피해 인과관계에 개연성이 있으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가 원상 회복과 배상 책임을 져야 하지만, 사업자가 이행 능력이 없으면 환경부에서 피해 주민에게 구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한편 주민들은 비료공장이 폐업한 상태라 KT&G, 익산시, 전라북도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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