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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노조가 성과급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올해도 규정을 어기고 업무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수백억 원대 경영평가 성과급을 노조원끼리 '균등 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성과급 균등 분배를 예산 지침을 통해 엄격히 금지한다. 사측인 건보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노조의 눈치를 보며 수수방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지난 12일 건보공단노조 측은 2019년 제3차 임시총회를 열고 성과급 균등 분배에 관한 건을 투표에 부쳐 가결시켰다. 건보공단노조는 총회 의결을 통해 수년간 경영평가 성과급을 균등 분배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보공단 직원은 "S등급이나 A등급을 받은 사람들이 성과급 중 일부를 본사 노조에 돌려주면 C·D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다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털어놨다.
노조 측은 '직원들의 자발적 나눔'이라고 주장하지만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갹출당하는 직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매일경제가 입수한 2017년 건보공단노조 총회록에는 노조 측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총회록에는 "성과급 균등 배분은 정권과 사측의 평가에 따른 불합리한 경영평가 지침을 이유로 차등 지급되는 우리의 생활임금을 연대의 정신을 통한 균등한 분배로 무력화시키는 결정"이라고 배경이 적혀 있다.
당초 공기업 성과급 제도는 능력이 있고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줘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기획재정부는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성과급 균등 분배를 2017년부터 예산 지침을 통해 엄격하게 금지해오고 있다.
이날 기재부 관계자는 "성과급 균등 분배는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고 균등 분배 시 환수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역시 2017년부터 이를 준용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47조 3항'은 "각급 행정기관장은 소속 공무원이 성과상여금을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때에는 성과상여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고 1년 범위에서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
대표적인 부정한 방법이 성과상여금을 정상적으로 받은 후 협의(모의)를 통해 재배분하거나 재배분받는 행위다. 실제로 부산경찰청은 올해 성과급을 균등 분배한 부산경찰청 특공대원의 작년 성과급을 전액 환수하고, 올해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이 부정 지급한 성과급은 연간 약 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법 규정대로 하면 공단은 지금까지 부정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고, 올해 성과급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건보공단노조 측은 13일 예정대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올해도 균등 배분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공지한 상태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같은 공공부문이라도 노조 활동을 못하는 곳과 할 수 있는 곳의 차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측인 건보공단은 별다른 제재나 환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 측은 "재분배를 금지(환수)하기 위해서는 내부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 노조를 설득하는 등 여러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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