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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타이거JK의 힙합읽기]안된다고 해도 나는 될 때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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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된다고 해도 될 때까지 해’.

가수 윤미래와 래퍼 비지, 그리고 타이거JK가 결성한 팝그룹 MFBTY의 신보 타이틀 제목이다. 힙합과 록의 상징적인 전기기타 라인을 올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기타는 우리나라 전설의 기타리스트 신대철님이 도와주셨다.

경향신문

록과 힙합 두 장르의 음악은 인위적으로 다듬어지고 잘 꾸며진 시스템 혹은 틀을 깨는 정신이 중요했다. 민주주의로 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과 사회적 성장통을 겪으며 뭔가에 억압받았던 서민들에게는 시대정신적인 음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시점에는 정치적 시대정신보다는 자본주의의 성공에 빨리 닿게 해주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맞춰져 있는 기업정신이 중심이 됐다.

Meme(밈) 시대에 접어든 지금 3초에서 10초 사이의 짧은 영상들이 어떻게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하는지 더 큰 비중을 둔다. 안된다고 해도 될 때까지 하라는 멋지고 중요한 메시지를 음악으로 담는 데 우리는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은 대중의 시선에서 조금 멀어진 듯한 록 기타 사운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게 우리의 목적에 적합한 방법인지에 대해, 그리고 곡 마지막 부분에 F**k cancer라는 욕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고심했다.

F**k cancer는 아주 직설적이고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굉장히 중요한 문구다. 하지만 타이틀곡에서 욕설을 편집하지 않아 방송불가곡으로 만든다는 것은 마케팅적인 면에서 엄청난 손해다.

예상대로 이것은 방송불가곡이 되었다. F**k cancer. 암이라는 질병에 던지는 많은 이들의 욕설, 좌절하지 말자라고 해석하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이지만 심의실에 이걸 설명하는 시스템이 아직 없는 탓에 가장 1차원적인 뜻풀이로 받아들여졌다.

이 곡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기타리스트 신대철님의 솔로는 엄청나다. 한국에도 이런 분이 계신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요즘 논란과 논쟁은 마케팅에서 가장 잘 먹히는 요소이고 이런 것들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열광한다.

언론과 미디어 그리고 평론가들이 공부하고 검색하고 연구하고 보고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표현을 존중하고 다양성은 보장하되, 중요한 메시지들을 품은 멋진 결과물들이 1차원적인 해석에 묻혀버리는 것을 다시 파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진정한 평론이며 저널리즘이 아닐까? “실패는 없다! 내게 단지 볼 수 없던 1만가지 길들을 발견한 머리 위 라이트(light)를 밝히는 나 에디슨”(MFBTY ‘안된다고 해도 될 때까지 해’ 가사 중)

그동안 정의롭고 용기 있는 평론가와 언론인들이 심의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보호받지 못했다. 그들의 목소리도 들끓는 여론에 떠밀려 결국 음소거됐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볼 수 없던 1만가지의 길들이다. 다 해내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 발명가 에디슨의 말처럼, 잘 숨기고 잘 돌려 말해 심의를 피해가는 가요시장에 사랑 노래처럼 숨기지 않은 필요한 메시지도 보호받는 날이 오길 갈망한다. 물론 욕설을 대놓고 아이들이 보는 방송에서 보여 달라는 말은 아니다.

언론인으로서 들어보고 연구하고 알아내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도 예술문화적인 동참은 아이들의 취미라고 단정짓지 않았으면 한다. 세대차이의 갭을 줄이지 못하더라도 건강한 문화는 곧 건강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안된다고 해도 될 때까지 하라는 주문을 외자! 그리고 모두 F**k cancer를 크게 외쳐보면서 세계적인 운동에 함께해보자.

좌절과 절망이라는 암적인 부정적 에너지에 던지는 동참이라는 가운뎃손가락! F**k cancer!

타이거JK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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