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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주52시간제 후퇴 조짐에 한국노총도 반발…사회적 대화 중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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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특별연장근로제 확대 포함한 유연근로제 논의

민주당 “선택근로제, 입장 불변” 밝혔지만 노정관계 불투명

노동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하며 도달한 사회적 합의가 경영계의 반복되는 요구 속에 후퇴하는 셈이다. 정부·여당의 노동분야 정책 파트너인 한국노총까지 반발하고 나서면서,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역시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포함하는 유연근로제 입법 심의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이외에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등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한 후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추가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특별연장근로는 모두 유연근로제의 일종으로, 다 도입될 경우 주 52시간제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노동계는 우려해 왔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이 요구에 반응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국회 입법 없이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특별연장근로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전날 국회 환노위에 보고했다. 천재지변뿐 아니라 연구·개발이나 업무량 급증 시에도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회의 종료 후 “더불어민주당은 선택근로제든, 특별연장근로든 둘 중 하나만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초 여당은 경사노위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만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여당의 노동분야 정책 파트너이자,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의 입장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노총은 노동계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합의해 준 바 있다. 그러나 유연근로제 추가 도입이 현실화되면 정부·여당은 이미 등을 돌린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과도 척을 지게 될 수 있다. 이날 한국노총은 “추가적인 보완책을 시행한다면 정부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당과의 정책협약 파기 및 사회적 대화 불참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동조합법 개정에 야당이 동참한다면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제를 둘 다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논의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노조법 개정안을 ‘개악안’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날 크게 반발하며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앞 농성 등 투쟁방안을 검토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분야에 있어 정부의 정책 의지가 끊임없이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공약한 정책으로 지난해 2월 여야 공감대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부작용 우려에 따라 기업규모별 유예기간을 두고 2022년 말까지 탄력근로제 도입 논의도 마무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경영계의 우려 속에 대기업 시행 단계부터 계도기간을 부여했고, 서둘러 탄력근로제 노사 합의를 만들어냈다. 유연근로제 추가 도입이 완료돼도, 경영계 요구는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효상·심진용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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