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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검찰총장이 장관에게 수사 보고하는 게 검찰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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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변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 등 전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당시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 박 전 법무장관은 이후 국회에서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중대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 등에게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는 준칙을 마련했다. 법무부가 최근 청와대에 보고한 개정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중요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이 수사 단계별로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게 했다.

검찰 역사상 사전보고 논란이 돌출된 것은 조국 사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법무부 개정안에 이 내용이 들어간 것은 '앞으로 조국 같은 수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검찰총장이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한다면 이런 수사는 당연히 불가능해진다. 상급자인 장관이 사실상 수사 감독자인 상황에서 장관과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를 어떻게 하나. 김오수 법무차관은 14일 기자들의 이 같은 질문에 "검사들이 그런 노력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계속 끊임없이 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조치임을 부인하지는 않으면서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책임을 검찰에 떠넘긴다. 이것이 법무 행정을 하는 사람이 할 말인가.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지만 그 취지는 사건을 일일이 보고받으라는 게 아니다.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는 국가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무적 판단으로 사안을 매듭짓기 위한 최종적·선언적 권한이다. 헌정 이래 지휘권이 딱 한 번 발동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 이걸 법 개정도 아니고 규칙을 바꿔 뒤집는다는 발상에 사법 전문가들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정권 이전에 검찰개혁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법무부와 청와대에 보고라인을 두는 것 자체가 검찰 독립을 해친다는 주장을 입버릇처럼 했다. 지금 여당에 그런 사람들이 특히 많다. 이제 와서 사전 수사보고를 검찰개혁으로 주장하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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