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두시간 간격 이례적 담화
北이 정한 연말 시한 앞두고 유리한 고지서 협상하려는 의도
반면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은 이날 밤 11시쯤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을 시사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해 "조(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의 긍정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이 '미·북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대화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전술을 구사했다"며 "체면만 좀 세워주면 얼마든지 만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명길은 이날 담화에서 "최근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 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해 12월 중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와 직접 연계(연락)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조·미 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놓고 있는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회의심만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조·미 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달래) 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추구한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 했다. 또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갖고 우리를 협상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계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가망이 없다"고 했다.
약 2시간 뒤 나온 김영철의 담화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김영철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시사한 에스퍼 장관 발언에 대해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 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다만 김영철은 "그(에스퍼 장관)가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개선할 뜻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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