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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일본 여행 안가지만 일본 주식은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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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에 투자하면 매국노인가요? 수익률이 올랐는데, 일본 기업으로부터 엔화를 벌어온 것이니 좋은 일 아닐까요?"

개인 사업을 하는 조모(42)씨는 올 한 해 동안 소프트뱅크나 리츠 등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 투자를 조금씩 늘려왔다. 수익률은 연초 이후 약 16%대다. 조씨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반일(反日) 불매 운동이 확산되자 주변 시선을 의식해 일본 브랜드 옷은 사지 않지만, 일본 주식 투자 규모를 줄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올해 일본 투자 수익률이 한국 주식이나 채권 펀드보다 좋다"며 "도쿄 올림픽까지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갈등 격화로 지난 8·9월에 주춤했던 일본 주식 투자가 10월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노 재팬(No Japan)' 운동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자들은 '정경분리(정치와 경제의 분리)' 원칙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짝 주는 듯하더니, 금세 반등한 일본 주식 직구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투자 잔액은 지난 9월 15억7523만달러(약 1조8438억원)에서 이달 18억3430만달러(2조1470억원·12일 기준)로 16.4% 증가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8월(17억8051만달러) 이후 반짝 감소세를 보였던 투자 규모가 다시 늘어난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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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수익률 덕분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 주식 시장은 최근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14일 2만3141.55로 연초(1만9561.96) 대비 18%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 수익률(6%)의 세 배에 달한다. 일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17% 안팎이다.

닛케이는 10월 한 달 동안에만 5.4% 상승했는데, 이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23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이에 따라 한국 투자자들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10월 한 달간 일본 주식 255억20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글로벌 교역 감소와 엔화 강세라는 일본 증시의 이중고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중 최고치 경신한 일본, 언제까지 오를까

일본 증시에서 개별 주식을 골라 직접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의 성적표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일본 주식 가운데 소프트뱅크, 넥슨(넥슨 재팬), NF리츠 상장지수펀드(ETF), 무라타제작소, 닌텐도 등을 많이 사고팔았는데, 이 상위 5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닛케이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손정의 회장의 투자 실책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연초 대비로는 20% 이상 올랐다. 도쿄 증시의 리츠 지수를 추종하는 NF리츠 ETF도 19.7% 올랐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리츠 수익률이 고공 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무라타제작소 주가는 38.2% 상승했다. 게임회사 닌텐도는 지난 4월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주가가 급등해 올해 초보다 50%나 상승했다.

앞으로 일본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는 도쿄 올림픽 개최까지는 일본 증시의 하락 압력이 낮다고 보고 있다. 모하메드 아심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일본 정부의 경기 방어용 부양책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여력이 적은 데다 엔화 강세 압력이 높아 상승 국면이 곧 꺾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미흡한 반면,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수요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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