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울고' 아우 '웃고'
생명·화재, 누적순익 43%·35%↓
저금리·車보험 손해율 악화 영향
증권·카드, 업황 악화에도 실적 방어
이르면 내달 사장단 인사…CEO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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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오경희 기자 = ‘형들은 울고, 아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3분기 성적표를 받아 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손보업계 맏형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저금리와 손해율 악화 등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일회성 이익인 부동산신탁 매각익이 반영됐음에도 당기순익이 20% 넘게 줄었다. 영업이익도 31.3%나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당기순익과 영업이익 모두 30% 이상 급감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증시 부진에도 IB 부문 성장으로, 삼성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도 비용절감 효과로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엇갈린 실적을 낸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에도 시선이 쏠린다. 이르면 내달 초 사장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매년 실적으로 평가 받는 CEO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 자리 보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초 취임한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2021년까지 임기가 남은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변수로 인사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는 전망이다. 관건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의 4연임 여부다. 오랜 기간 재임한데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연임 여부는 불투명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3분기 누적당기순이익은 9768억원, 5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4%, 35.1% 감소했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해 5월 반영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 7515억원을 제외하면 16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도 부동산신탁 매각익 650억원이 반영된 만큼, 이를 함께 제외하면 3분기 누적 순익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셈이다. 삼성화재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 처분 효과를 제외해도 세전이익이 24.2%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3024억원)과 삼성카드(2827억원)는 순익이 2~3% 늘었다.
삼성생명은 중장기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저금리로 운용수익을 내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탓에 자산을 굴려 얻는 수익보다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더 많아질 상황에 처했다. 이차역마진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시장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생명은 실적 방어를 위해 자산을 지속적으로 팔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4조801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 증가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줄었다. 헛장사 했다는 얘기다. 다만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는 3분기 32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057억원)대비 4.8% 증가했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과 장기보험 경쟁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실적이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8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줄었다.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한 104.9%를 기록했다. 합산비율이 100%보다 높으면 그만큼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손해율은 지난해 3분기 83%에서 88.1%로, 장기보험 사업비는 21.2%에서 22.8%로 올랐다. 매출액을 나타내는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보다 3.0% 성장한 14조110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인수 및 자문수수료 등 IB 부문이 전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삼성증권의 순영업수익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인수 및 자문수수료 부문이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638억원)보다 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운용손익·금융수지 부문은 3381억원에서 4008억원으로 19% 늘었다.
삼성카드는 카드업황 악화에도 선방했다. 비용절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와의 단독 제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덕이다. 삼성카드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615억원과 12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10.6% 증가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실적이 모두 공개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CEO들의 연말 인사에 쏠린다. 특히 원 사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생명과 화재·증권 CEO들은 아직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원 사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뒤 3연임에 성공해 6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2020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최도석·최치훈 전 사장이 2~3년 임기를 마친 전례에 비춰보면 연임 전망이 어둡다. 또 원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 인사팀장으로 재직 당시 노조와해 전략을 실행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그간 실적 선방과 ‘위기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카드업계의 관례상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 한 관계자는 “삼성 사장단 인사는 1~2년차는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지켜보고, 3년차는 재임 실적을 평가해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초 임명된 사장들을 무리하게 교체하진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변수로 비상경영 속에 대규모 인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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