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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칼 폴라니 - 왼편의 삶·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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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 개러스 데일 지음, 황성원 옮김.

세계적인 칼 폴라니 연구자 개러스 데일 영국 브루넬 대학교 교수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에 방대한 자료 조사와 독자적 해석을 더해 완성한 최초의 폴라니 전기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빈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에서 유년기를 보낸 폴라니는 일평생 확고한 사회주의자였으나 1919년 헝가리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강력히 비판했고 1920년 극우 반동세력의 쿠데타로 혁명 정권이 무너진 뒤에는 빈으로 망명했다.

여기에서 국가 계획의 사회주의와 시장 지배의 자본주의를 모두 배격하면서 독특한 이론에 근거한 사회주의적 회계의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빈의 사민주의 정권이 파시즘 정권으로 바뀌자 또다시 영국으로 망명해야 했다.

영국에서 시장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충격을 받은 그는 영국 경제 및 사회사 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시장 경제의 인간 파괴에서 파시즘의 정신적 기원을 찾아낸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이주해 그가 펴낸 '거대한 전환'은 마르크스의 '자본' 이후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비판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 비판으로 꼽히는 책이 됐다.

그는 완전히 작동하는 시장경제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결코 사고팔 수 없는 인간과 자연과 화폐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일종의 상상'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시장경제의 해체나 국가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의 발견에 있다. 경제란 원래 사회에 묻어 들어 있는 것이며 시장은 사회의 일부분일 뿐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관계의 총체로서 사회라는 실체와 거기 담긴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국가와 시장을 그에 복무할 수 있는 제도로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이다.

홍기빈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해제에서 "인간을 알량한 경제적 이익의 계산자가 아닐 웃고 울고 땀 흘리고 사랑하며 삶을 삶으로 즐길 줄 아는 온전한 생명체로 바라보는 '통합적 경제학'이라는 생각의 홀씨가 어떻게 인류의 의식이라는 지평에 내려앉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칼 폴라니라는 인물의 삶을 보아야 한다"고 썼다.

마농지. 560쪽. 2만9천원.

연합뉴스


▲ 대전환 = 앨프리드 맥코이 지음, 홍지영 옮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학 역사학 석좌교수인 저자가 미국제국이 걸어온 한 세기를 돌아보고 인류 역사상 모든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제국 또한 걷게 될 몰락의 시나리오를 보여 준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우방과 동맹을 형성할 때는 고대 아테네를, 세계 전역에 파병한 군대로 패권을 유지할 때는 고대 로마를, 문화·상업·동맹을 통합하여 전 세계에 포괄적인 체제를 구축할 때는 영국제국을 닮았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미국에 도전하는 강대국은 더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9·11 테러의 충격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미국의 패권이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은 확산했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저자는 미국 세기의 종말이 앞으로 30~40년에 걸쳐 원만하게 진행되는 시나리오를 거부하고 예상보다 훨씬 급격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국은 매우 섬세한 힘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하기에 어떤 문제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무너지는데 미국의 경우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을 기점으로 27년 후 이러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는 세계 질서의 변화, 경제 쇠퇴, 군사적 재난, 3차 세계 대전 등 4가지 측면의 시나리오로 살펴보고서는 "모든 트렌드가 2030년 미국 패권의 몰락을 시사한다"고 결론짓는다.

이런 시나리오 외에 기후변화도 미국의 침몰을 가속할 요인이다. 기후변화가 미국에만 닥칠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패권국의 지위도 약화하기에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번영을 보존하며 다음에 올 패권 국가에 안전하게 세계질서를 이행했던 영국의 선례를 따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사계절. 464쪽. 2만5천원.

연합뉴스


▲ =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한재호 옮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디어 전략가인 저자가 자신이 해온 '미디어 조작'을 고백한다.

그는 책을 시작하면서 영화 홍보를 위해 '자작극'을 벌인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한밤중에 로스앤젤레스 대로변에 설치된 영화 홍보판에 영화 제작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쓰인 종이를 붙이고 난 뒤 유명 블로그 두 곳에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내 이를 '제보'했다.

그렇지 않아도 논란거리였던 영화였던 만큼 블로그는 이를 신이 나서 퍼뜨리고 영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도처에서 벌어지고 '미디어 사슬'의 가장 꼭대기까지 올라가 워싱턴포스트나 시카고트리뷴에 영화를 비난하는 사설이 실리게 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이 영화를 불쾌하게 여길 것이 뻔한 성소수자단체나 여성단체에 영화 상영 계획을 익명으로 알리고 항의하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스스로 페이스북을 통해 불매운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 결과 항의 소동이 보도를 낳고 그 보도로 항의가 더욱 거세지는 악순환이 형성됐고 그것이야말로 이것을 기획한 이들이 바라던 '선순환'이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수많은 미디어 조작을 했다고 자백하면서 "굳이 책을 쓴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상황이 돌아가는 꼴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블로그를 중심으로 미디어 조작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하고는 "일단 알려지고 나면 이 취약점들을 더는 이용할 수 없으리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썼다.

뜨인돌. 448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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