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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학의 스폰서' 윤중천, 1심서 징역 5년 6개월 선고…성범죄는 처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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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건설업자 윤중천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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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63) 전 법무차관 등 검찰 고위 간부를 상대로 한 '별장 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58)씨가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인·허가 관련 공무원을 알선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혐의, 접대 관련 성범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총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하고 14억873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른바 ‘별장 동영상’ 속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이모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혐의(특수강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면소(免訴) 판결을 내렸다. 이씨에 대한 2007년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강간 혐의 공소기각 판결했다. 이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은 것은 맞지만, 윤씨 성범죄와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보고 공소시효를 15년이 아닌 10년으로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윤씨 혐의 가운데 내연관계에 있던 피해자에게 부동산 개발사업비 명목으로 21억6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셀프 고소’했다는 무고·무고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경찰과 검찰의 윤씨 성범죄 혐의 수사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윤씨의 성범죄 혐의와 관련한) 피해자들은 국가형벌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좌절했다"고 했다.

경찰은 2013년과 2014년 윤씨의 성범죄 혐의를 수사했는데, 성접대에 대한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는 따져보지 않고 성폭력에 대해서만 판단한 뒤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은 5년이 지나서야 성접대가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지만, 윤씨의 뇌물공여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

재판부는 "2013년 당시 검찰의 수사권·공소권 행사가 적절했다면 윤씨도 적절한 죄목으로 법정에 섰을 것"이라며 "윤씨도 이날이 아닌 그때 이 사건이 마무리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완성됐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 면소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성접대 등은 윤씨의 형량을 정하는 데 직접적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개발사업 인허가라는 장벽을 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의 적절한 개발과 도시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며 "(하지만) 윤씨는 경쟁에서의 승리를 인허가권자와의 인맥과 친분을 쌓는 것으로 이길 수 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유력자나 재력가와의 친분 형성을 위한 접대에 몰두했다"며 "화려한 시설을 갖춘 원주 별장에 필요에 따라 선택한 사람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성을 접대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씨는 시간이 지나며 쉽게 장벽을 넘는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자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것처럼 꾸미는데 신경을 썼다"며 "고위 공직자를 알고 인맥이 탄탄하니 자신에게 돈이나 지분을 주면 훨씬 많은 것을 주겠다고 속였다"고 했다.

윤씨는 2006~2007년 '별장 동영상' 속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이모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세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2012년 부동산 개발 사업비 명목으로 내연녀 권모씨에게 빌린 21억6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 돈을 갚지 않으려고 부인을 시켜 자신과 권씨를 간통죄로 '셀프 고소'했다는 무고 혐의도 받았다. 이 밖에 2008~2015년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준다며 한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14억8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윤씨의 변호인 측은 "지난 6년간 대한민국에 소모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성접대 또는 성폭행 관련 사건에 대해 여론에 영향받지 않고 적절한 판단을 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성폭력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에서는 일부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시정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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