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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기고] 탐정업 ‘공인제’와 ‘보편적 관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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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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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업)’은 세계적으로 크게 ‘공인제(公認制)’와 ‘보편적 관리제’라는 두 유형으로 존립 형태가 나뉜다. ‘공인제’란 법률에 따라 일정한 인원을 선발해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관주도형 탐정제도를 말하며 흔히 ‘공인탐정’으로 불린다. 탐정(업)의 서비스 품질을 중시하는 미국 등 영미권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으나, 탐정문화의 대중화에 기인한 일반시민들의 음성적 탐정활동이 만연함에 따라 공인제 탐정이 지녔던 특별함이나 존재감이 날로 퇴색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편적 관리제’는 ‘다양한 형태의 탐정을 면허 등 엄격한 공인탐정제로 한다 해서 비공인 탐정이 사라지리라 보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메커니즘을 한 치도 들여다보지 못한 난센스’라는 경험론을 전제로 한다. 실익이 거양되지 않는 공인제보다, 탐정업을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신고 또는 등록하게 하고 이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실용주의적 모델이라 하겠다. 이를 채택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인 6만여명의 탐정을 거느린 일본이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 후반부터 탐정업이 성행하기 시작했으나 2006년까지 무규제 자유업으로 둔 채 탐정업을 어떤 형태로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살폈다. 그리고 120년간 장고 끝에 탐정업을 공인제로 한다 해도 비공인 탐정이 사라질 리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07년 ‘탐정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보편적 관리제에 돌입한 이래 일본은 최정상의 탐정 모범국에 등극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6월 ‘모든 탐정업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과 ‘금지된 업무 외에는 탐정업을 할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와 경찰청의 해석으로 사생활 조사와 무관한 탐정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사실상 탐정산업의 토대를 갖춘 나라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 지난 ‘공인’이 아니라 자연스레 창업이 이뤄지고 있는 탐정업에 대한 ‘관리법’을 만드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안력 보완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공약한 ‘공인탐정제 도입’의 취지와 목적도 대체로 달성된 것으로 보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사실 한국에서 ‘공인탐정법’을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탐정(探偵)’이라는 호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PI)’를 일본에서 한자로 번안한 것으로, 지구상에서 일본만 사용하는 일본 직업인의 명칭이다. 게다가 이런 용어를 만들어낸 일본마저 ‘탐정(업)은 활동패턴에 통일성이 없는 존재’로 평가하고 적정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리가 탐정업을 굳이 공인제로 하고 싶다면 ‘공인탐정’이라는 명칭부터 생활친화적인 우리 언어로 바꾸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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