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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여적]핏물 침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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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는 30여년 전 난지도 쓰레기매립지였다.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 먼지가 날리던 곳이 난지(蘭芝)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아이러니다. 난지는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뜻한다. 서울시는 1978년부터 15년간 이곳에 쓰레기를 매립했다. 생활쓰레기, 건설폐자재, 산업폐기물 등이 쌓여 90m 넘는 산이 2개 생겨났다. 골칫거리는 악취와 가스, 침출수였다. 쓰레기 더미 위에 흙을 쌓고 시간이 지나면서 악취는 감소했다. 가스 추출공을 박아 메탄가스를 빼내고 일부는 연료로 사용했다. 쓰레기와 폐기물이 혼합된 침출수의 유출을 막기 위해 차수벽을 설치했다. 그러나 침출수의 한강 유출 논란은 장기간 끊이지 않았다.

침출수는 쓰레기매립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산 폐광 후 방치된 광물 찌꺼기로 오염된 중금속 침출수가 농경지와 하천에 흘러들기도 한다. 경북의 한 폐광 침출수에서는 독극물인 비소가 검출되기도 했다. 그리고 살처분한 돼지와 소, 닭 등을 땅속에 매몰처리하면 침출수가 나온다. 동물 사체는 매몰 처리 직후에서 1주일 사이에는 악취가 극심하며 용출수와 침출수가 일부 생긴다. 침출수는 매몰 후 2~3개월 사이에 급증한다. 침출수는 500~600㎏짜리 소 한 마리의 경우 매몰 1주일 뒤 80ℓ, 2개월 후에는 2배인 160ℓ가량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부는 구제역 창궐 이후 침출수를 막기 위해 살처분 가축을 대형용기(FRP)에 담아 땅속에 묻거나, 렌더링(동물 사체를 태워 유골분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처리한다.

최근 임진강 지류 마거천에서는 돼지 매몰 과정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강물이 핏빛으로 변하는 사고가 났다. 정부는 매몰지와 렌더링 공장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질병의 발생으로 조성한 매몰지가 4000~5000곳에 달한다. 그러나 추가 매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취와 토지 가치 하락 등으로 땅주인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살처분·매몰 방식은 환경오염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살처분도 문제다. 기존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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