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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미지로 여는 책]“그 영화는 거짓말투성이다”…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린 전쟁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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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

에단 호크 글·그레그 루스 그림 | 김희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 248쪽 | 2만2000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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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전쟁’은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는 아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인 아파치 부족과 미국·멕시코 군대 간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일컫는 말로, 통상 1849년에서 1886년 사이 벌어진 국지적 분쟁을 뜻한다.

치열했던 전쟁은 1886년 전설적인 투사 제로니모(고야클라·하품하는 자)가 이끌던 무리가 이주민들에게 항복하면서 끝이 난다.

책은 제로니모로 이름을 떨치기 전, 한 집안의 가장이자 전사였던 고야클라가 불타서 폐허가 된 마을과 참혹하게 살해된 가족들 시신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아파치족 아이의 얼굴 가죽을 벗겨오는 자에게 25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분노한 고야클라는 전사 200명을 모아 멕시코 군인들에게 보복했다. 그리고 성 제로니모 축제를 앞두고 벌어진 전투에서 이름을 따 제로니모로 불리기 시작한다.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오랜 기간 집필한 이 책은 아파치 전쟁을 강자의 시선이 아닌 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린 보기 드문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미국 서부 여행을 하다 만난 인디언 노인을 통해 인디언들은 왜 보호구역에 따로 살게 됐는지, 왜 경계심으로 마주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이후 오랜 기간 아파치족을 연구한 그는 아파치 전쟁이 카우보이 영화처럼 “근사하고 영웅적인 싸움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경향신문

“그 영화들은 거짓말투성이었다.” 호크는 말한다. “옛 서부에 대한 주요 역사적 서사에서 진정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관점은 대부분 빠져 있었다. (중략) 이 나라의 역사와 이곳에 원래 살던 주민들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졌다.” 하지만 인디언이 주인공인 대본은 할리우드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호크는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더 로스트 보이>의 삽화가 그레그 루스와 손잡고 그래픽 노블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루스의 그림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백인 하나가 죽으면, 여럿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파치 하나가 죽으면, 그 자리를 차지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더 이상 우리는 ‘인다’(Indah), ‘산 자’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인데’(Indeh)…‘죽은 자’였다.” 폭력과 전쟁의 참상을 가리거나 덧칠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다.

잔혹한 인간 혐오와 대학살이라 할 만한 상황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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