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MIA 시한 종료를 일주일 앞둔 이날 에스퍼 장관은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GSOMIA 유지를 촉구했다. 랜들 슈라이버 인도·태평양 안보차관보,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을 대동한 채 총공세를 편 셈이지만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요구는 ‘고장난 축음기’처럼 하등 달라진 게 없을 뿐 아니라, 설득력은커녕 성의조차 없어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일본에도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했다지만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GSOMIA 종료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는 별다른 요구 없이 한국만 과도하게 압박해왔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을 안보 불신국으로 지목하면서 군사정보는 받아내겠다는 일본의 태도에 미국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묻고 싶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외교당국 간 협상에 대해 미 국방장관이 나서 증액을 공개 요구하며 압박한 것이다. 이날 여야 의원 47명이 성명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주한미군 숫자조차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은 채 ‘묻지마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기적이고 사려 깊지 못한 행태는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민들의 피로감을 키울 뿐이다.
한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일본이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한국 정부도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움직이지 않는 한 한국이 물러설 수는 없다. 미국이 GSOMIA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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