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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택배기사 노동자 인정 판결, 플랫폼 노동권 보호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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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고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에 설립신고필증을 발급하며 ‘노조 할 권리’와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한 지 2년 만이다. 택배업체와 대리점들은 택배기사들이 개별 사업자들로 사실상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열악한 환경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택배노조가 근로계약서 작성 등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택배회사와 대리점들에 제안했지만, 이들은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요청했고, 택배회사와 대리점주들은 소송으로 맞섰지만 패소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일자리의 노동권에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택배기사들은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다. 플랫폼 노동은 대리운전이나 배달서비스처럼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등장한 새로운 노동형태를 말한다. 사회가 급변하며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했지만, 업체들은 ‘노동권 사각지대’라는 점을 ‘활용’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더 큰 이익을 취했다. 최근 민주노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3.7시간(대기·식사시간 포함) 일하지만, 월평균 순수입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의 고단한 노동의 단면은 지난 8월 택배노동자들이 호소한 ‘택배 없는 날’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틀간만 휴가를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요지부동이었던 택배회사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 의사가 확산되자 여론에 밀려 예외적으로 휴가를 허락했다. 업체가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선 며칠의 휴가, 몇 시간의 여유시간도 직접 시민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각종 사고와 과로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이 플랫폼 노동권 보호의 전향적인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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