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새로운 금강산관광 사업이 독자사업인지 협력사업인지의 판단이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외의존 배격을 강조한다. 현재의 대남의존과 미래의 대중의존을 배격하고 자신들이 주도하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독자사업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독자사업은 대북제재에 따른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기존의 금강산관광지구에는 남북협력사업을 유지하고 새로운 관광지구에는 북·중 협력사업을 모색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한은 일정 기간 동안 중국 측 관광객과 남측 관광객을 분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력사업의 지역과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의 금강산관광 전략은 내년도 당창건 75주년과 연관을 가진 듯하다.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사회주의 경제강국을 선언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간단히 말해서 달러수익과 경제적 치적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의 새로운 금강산관광사업은 민족적 양식으로 모든 시설을 갖춘 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조건만 갖춘 후 관광수익과 병행적으로 시설을 개선하거나 신축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강산지역 남측 시설 철거 요구에 대한 북한의 숨겨진 의도가 분명 있을 듯하다. 숨은 의도에 대한 합리적 상상은 시설 이용권 확보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연간 30만명 정도의 금강산 관광객을 중국으로부터 보장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남측으로부터 시설 이용권 확보가 시급하다. 시설 이용권을 확보하기 위해 철거라는 충격 요법을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북한이 철거를 하겠다면 이미 2011년에 남측의 자산을 동결·몰수하고 심지어 현대의 독점권 취소까지 법적으로 완료된 사안인데 굳이 남측과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철거 요구에는 북한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의중이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노후화돼 전혀 쓸모가 없는 시설을 강제철거하는 현장과 그 이후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남측의 방북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도 늦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재산권·이용권(임대권)·개별관광·이산가족상봉 등 협상에 대비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서 방북한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역사적 경험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례는 많다. 창의적 해법과 함께 올바른 전략을 수립한다면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 창의적 해법의 핵심은 북한에 이용권을 주고 개별관광도 허용하는 것이다. 창의적 해법의 접근 전략은 4단계의 진행이 요구된다. 1단계는 정부가 대북관광 재개 대책을 발표한다. 금강산관광지구에 이산가족 및 실향민을 대상으로 한 당일 관광부터 재개하고 이산가족상봉 재개도 촉구하는 내용의 발표가 중요하다. 2단계는 미철거 시설물의 목록 제시와 함께 시설점검, 이용권 및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과 사업자의 방북을 제의한다. 3단계는 당국과 사업자의 방북 체류 기간에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당국자와 사업자 모두 시설점검을 한 후 사업자는 관광 재개 시까지 북측에 이용권을 주는 문제를 논의한다. 대북제재 상황에서 이용권을 얻은 북한이 개·보수를 한다면 재산권자가 사후 정산을 하면 된다. 당국은 관광 재개의 시점 및 범위, 신변안전보장과 공동관리기구 문제들을 협의하면 된다. 4단계는 남북협의 전후, 또는 동시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우리 측의 입장을 설명한다. 모든 단계가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이 지피지기의 자세가 아니라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마를 맞대면 양측 모두 윈윈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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