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베네치아 홍수… 비상사태 선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시 85%가 한때 물에 잠겨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 베네치아에 53년 만의 최대 홍수가 닥쳐 도시의 85%가 한때 물에 잠겼다. 주택과 상점, 문화 유산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4일(현지 시각) 베네치아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네치아는 바다 위에 드문드문 땅이 솟아있는 습지대에 조성된 도시다. 중세 때 젖은 땅에 통나무로 촘촘히 말뚝을 박고 지반을 다져 인공 섬을 만들었다. 현재 베네치아는 400여개의 교량으로 연결된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 대부분이 해발 1m 이내인 '수상 도시'라 바닷물이 넘쳐 정강이 높이까지 차오르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번 홍수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 12일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최대 수위가 1.87m까지 치솟았다. 1966년 최대 수위(1.94m)를 기록한 이후 53년 만의 홍수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 베네치아에서 대부분의 주택과 상가 1층이 침수됐다. 하수구가 역류해 시가지에 오물 냄새가 진동했다.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 불렀다는 관광 명소 산마르코 광장에도 성인 가슴팍 높이까지 물이 찼고, 산마르코 대성당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외신들은 "염분이 벽돌과 대리석에 스며들어 금이 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치아 주의회 건물도 침수됐다. 공교롭게도 폭우가 쏟아진 12일 밤 주의회 회의실에는 '기후변화 대처안'을 두고 의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민주당 소속의 안드레아 자노니 주의회 부의장은 트위터에서 "우리가 발의한 '기후변화 대처안'을 다수당 의원들이 거부한 지 2분 만에 회의실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썼다. 기후변화를 무시한 일부 의원 때문에 '천벌'처럼 홍수가 났다고 묘사한 것이다.





[원우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