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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46] The only real prison is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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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에게 빵과 서커스를 베풀어라. 그러면 절대 반란이 안 일어난다(Give them bread and circuses and they will never revolt).’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의 풍자입니다. 로마 독재자들이 식량과 볼거리를 제공하자 고분고분 순응한 백성의 우매(愚昧)를 꼬집은 겁니다.

빵은 라틴어로 판엠(panem)입니다. 판타지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The Hunger Games·사진)'에선 전체주의 독재국가 이름입니다. 판엠의 수도 캐피톨은 특권층과 부유층의 낙원입니다. 반면 수도를 둘러싼 12개 구역은 폭동을 일으킨 벌로 핍박받는 가난한 백성의 지옥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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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한 통치자는 매년 게임을 열어 백성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그들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무력화합니다. 실상은 이 게임이 사생결단 결투로, 12개 구역에서 뽑힌 10대 남녀 검투사 24명 중 23명이 죽어야 끝난다는 점. 통치자는 이 살육전을 리얼리티 TV쇼로 전국에 생중계합니다. 목적은 공포를 극대화해 백성이 또 일으킬지 모를 반란을 원천 봉쇄하자는 것. 한편 중계실 감독은 의외의 재미를 연출하려고 게임 방식이나 법칙을 수시로 바꿉니다. 필요하면 결투 현장에 변종(變種) 맹수들도 투입합니다.

이런 은유가 있지요. '오직 하나 진짜 감옥은 두려움이고 오직 하나 진정한 자유는 이 감옥으로부터의 자유다(The only real prison is fear, and the only real freedom is freedom from fear).' 해방의 날을 갈구하는 백성이 유독 한 검투사에게 주목합니다. 광부의 딸 활잡이 캣니스입니다. 그녀가 TV 화면을 통해 억압받는 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 희망의 불씨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두려움보다 강한 오직 하나는 희망이다(The only thing stronger than fear is hope).'

끝에 가 두 명이 살아남습니다. 캣니스가 흔들립니다. 하필이면 상대가 오래전 어느 날 빗속에서 아사(餓死)하기 직전의 자기에게 먹을 걸 나눠준 탄광촌 빵집 아들입니다. 이미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들의 결투 결과는 가려둡니다.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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