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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30th SRE][Worst]이마트 "어서 와, 온라인 쇼핑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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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영업적자에 온라인 '승부수'

이데일리

지난 3월 14일 문을 연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사진=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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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어서 와…온라인 쇼핑은 처음이지?“

국내 유통시장에서 수십년간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이마트(139480)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이전까지 상상조차 못했던 수익성 저하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기업명의 앞글자처럼 ‘경제적’(economic)이고 ‘매일매일 싸게 판다’(everyday low price)는 공식이 희미해지며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전에 없던 파격 인사에다 이른바 ‘엄지족’으로 불리는 모바일 쇼핑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스트레이팅 단숨에 1위…커지는 우려

이마트는 30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워스트레이팅(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 후보에서 64표(33%)를 받으며 전체 40개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지난 회 워스트레이팅에 포함되자마자 14위를 차지하더니 한 회 만에 13계단 상승하면서 시장의 확대된 우려를 방증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 31명(16.3%)을 비롯해 응답자 전원이 이마트 등급이 내려가야 한다고 답했다. 이마트 등급은 ‘AA+’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은 지난 8월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한 단계 내려온 상황이다.

지난 2분기(4~6월)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어난 4조5810억원을 기록했지만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1993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로 범위를 넓히면 이마트 매출은 12조1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2069억원에서 444억원으로 78% 급감했다.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33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대비 흑자전환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넘게 감소한 수치다.

불어나는 재무 부담도 걸림돌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이마트의 부채 총계(올해 2분기 기준)는 6조79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다. 온라인 등 신사업 투자도 늘면서 같은 기간 총차입금도 3조42억원에서 3조9682억원으로 32% 급증했다.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가에서는 이마트 매출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대형 할인점의 매출 부진이 영업 역(逆)레버리지로 작용했고 100억원 가깝게 늘어난 보유세와 ‘SSG.Com’, ‘프라퍼티’, ‘조선호텔’ 등 연결 자회사의 부진이 한 데 엮이며 영업적자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한 SRE 자문위원은 “유통업계 대표주자인 이마트가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는 자체가 시장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군 투자에 성과를 내면서 반등할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1993년 11월 서울 지하철 4호선 창동역 앞에서 첫 영업을 시작했다. 2011년 5월에는 사업별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신세계 대형마트 부문을 인적분할(분할비율 이마트:신세계=73.9:26.1)하면서 신규법인으로 출범했다. 이마트는 국내 경제의 급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는 경제성장률을 발판삼아 내 집 마련이 속속 이뤄지면서 대형마트 이용이 크게 늘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 신도시) 입주와 함께 찾아온 현대화 물결이 한 장소에서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대형마트 매출 급증으로 이어졌다.

20년 이상 승승장구하던 이마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하면서부터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시대가 막을 열면서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사는 이른바 ‘엄지족’ 비중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신선 식료품 대신 가정간편식 소비 비중이 높고 대량 보다 소량 구매를 지향하는 엄지족의 소비패턴이 이마트에겐 도리어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시장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신평사들도 이마트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마트 매출을 떠받치던 오프라인 매장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실적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소비패턴 변화로 할인점 최근 실적이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며 “경쟁 심화로 온라인 사업의 성과 창출 시기도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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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인사·자산 유동화 등 개혁 속도…반등 여부 촉각

이마트는 최근 파격적인 행보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10월 21일 새 대표이사로 강희석(50) 전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를 선임했다. 이마트 창사 이래 외부 인사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첫 사례다. 직전 이갑수 전 대표처럼 내부 인사만 CEO에 오르는 ‘순혈주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강 대표 선임을 신호탄으로 이마트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기존 사업자들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온라인시장 점유율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3월 출범한 온라인 통합법인(SSG닷컴) 전문성 보강과 창고형 할인 마트인 ‘트레이더스’ 육성에 중점을 두는 한편 지난 8월 도입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으로 초저가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점포를 비롯한 부동산 자산 유동화도 주목할 요소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을 줄이고 투자에 필요한 실탄 확보를 위해서다. 이마트는 11월 13개 점포를 부동산 사모펀드인 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한 후 재임대 계약한다. 처분금액은 9524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의 5.69%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SRE 자문위원은 “이마트가 보유한 점포부지는 핵심 부동산 자산으로 꼽힌다”며 “이번 세일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은 오프라인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등 신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자산 재배분의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급 전망에 이어 신용등급 하향 조정마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결국 온라인 시장에서 얼마나 입지를 다질 수 있느냐가 이마트의 명운을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1위 인프라와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면 기존 온라인 쇼핑 특화 업체들이 쌓은 노하우와 신뢰도 만만치 않아 불꽃 튀는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SRE 자문위원은 “유통업계 지형이 온라인과 1인 가구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경쟁력으로 실적을 키울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자산 유동화로 얻은 자금을 온라인과 배송 부문에 적극 투자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에 따라 이마트의 성패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0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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