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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콩 거리 청소 나선 中인민해방군 "다음은 시위자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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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요청 없어 주둔군법 위반 논란

지휘관 “홍콩인 모두 폭동 진압에 책임”

터널 차단한 이공대·몽콕서 경찰과 충돌

중앙일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16일 오후 홍콩 침례대 부근 도로의 장애물 제거 작업에 나서기에 앞서 도열해 있다. 청소에 동원된 60여명의 병사 중 일부는 오렌지색 ‘특전8연대’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입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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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홍콩에 주둔하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학가 주변 거리를 청소하면서 주둔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날 홍콩 중문대를 점령하고 있던 학생 시위대가 자발적으로 철수하면서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인 가운데 인민해방군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이날 오후 4시 28분(현지시간) 경 약 60여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룽탕(九龍塘) 주둔 막사에서 나와 침례대학 앞길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군인 일부는 카키색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고 나머지는 등에 ‘특전 8연대’ 글자가 새겨진 조끼를 입었다. 청소 작업을 촬영하는 군인도 목격됐다. 남색 언더아머 티셔츠를 입은 지휘관은 큰소리로 “홍콩 사람 모두 폭동을 진압할 책임이 있다”며 “자발적으로 돕기 위해 나온 비번 군인으로 도로 소통과 홍콩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막사 외출이 ‘주둔군법’ 위반 여부와 홍콩 정부의 요청이 있었냐는 물음에 “시민의 박수가 가장 좋은 이미지”라며 엉뚱하게 대답했다.

이후 다시 40여 명의 군인이 청소 현장에 투입됐으며 소방대원과 경찰관도 동참했다. 45분여 만에 렌르류 로드 장애물 제거를 마친 병사들은 도열해 구호를 외치며 막사로 돌아갔다. 기자들이 막사 정문에 몰려들자 경비병은 즉시 해산을 요구했다.

이날 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주룽탕 막사 주둔군이 거리 청소 활동을 도왔다”며 “순수히 자발적이고 의무 성질로 특구 정부의 협조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주홍콩부대 대변인 한유(韓鈾) 중령은 “16일 오후 시민이 막사 부근 도로에서 도로 장애물을 치우는 동안 일부 병사가 그들과 함께 막사 입구 도로 청소를 도왔다”고 밝혔다.

시사 평론가 윌리람은 “홍콩 시민 반응을 시험하려는 행위로 만일 반대가 없거나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해방군 혹은 광둥 경찰을 사용할 수 있다는 놀라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자발적으로 막사 외 활동이 불가능한 홍콩 주둔 해방군이 시진핑 주석의 “폭동 진압” 발언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협박’성 의도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둔군법’ 9조는 “홍콩 주둔군은 홍콩 특별행정구의 지방 사무에 간여할 수 없다”고 명시하기 때문이다. 14조는 “만일 홍콩이 주둔 해방군이 사회 치안 유지나 재해 구조에 협조가 필요할 경우 우선 중앙정부의 비준을 청구해야 하며 주둔군은 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막사를 나와 임무를 집행하며 임무 완수 후 즉시 주둔지로 돌아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요청 없이 이뤄진 도로 청소가 단순한 봉사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윌리람은 한발 더 나아가 “만일 여론이 해방군의 임무 수행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에는 수위를 높여 시위자 청소를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여론을 이간하는 일종의 반간계(反間計)이자 협박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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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홍콩 이공대로 들어가는 이른바 입국심사처. 시위 학생들인 출입하는 학생과 기자들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색하며 외부 인사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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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홍콩 이공대 앞 도로에 보도블록 장애물이 가득 차 있다. 지난 11일부터 시위가 격화되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점거하고 인접한 크로스하버 터널을 점령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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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밤 홍콩섬과구룡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 톨게이트를 막고 있는 홍콩 이공대 입구에서 경찰과 학생 사이의 충돌이 일어났다. 최루탄을 쏘며 경찰의 진입에 맞서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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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밤 홍콩 구룡반도의 시위 빈발지역인 몽콕 거리에서 시위대가 화염병으로 지른 화재를 소방대가 출동해 진화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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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부터 밤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일진일퇴 공방이벌어져 온 몽콕에서도 자정을 넘길 때까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이어졌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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