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인턴액티브] 자전거 타며 난치병 어린이 돕는 노숙인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인턴기자 = "그동안 받은 게 너무 많아요. 제가 힘을 내서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너무 좋죠. 난치병 어린이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1일부터 4박 5일간 제주도에서 약 230㎞에 이르는 구간을 자전거로 종주한 노숙인 이경준(가명·50)씨는 7일 연합뉴스를 만나 2년 연속 종주에 참여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합뉴스

제주도 국토 종주 중인 보현의 집 노숙인과 관계자
[보현의 집 제공]



이씨를 포함한 서울 영등포구 노숙인 보호시설 '보현의집' 소속 노숙인 9명이 제주도 자전거 종주에 나섰다. 지난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600㎞ 국토 종주를 마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 행사는 그동안 사회복지 수혜자로서 받기만 하던 노숙인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보현의집이 자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KEB하나은행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종주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내년 1월까지 후원금 500만원을 난치병 어린이 치료를 위해 기부한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노숙인 자활프로그램과 KEB하나은행 등의 지원으로 행사를 진행한 뒤 1천만원을 모금해 지역 청소년을 위해 써달라며 영등포구에 기부했다.

이씨는 "그동안 여기저기서 도움을 많이 받아 자립할 수 있었다"며 "내가 받았던 도움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인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는 막노동을 하며 사우나, 찜질방, 만화방을 전전했다. 택배 상하차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을 때 우연히 보현의집을 알게 돼 입소했다. 최근 보현의집 근처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해 자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신수용(가명·27)씨는 "남을 후원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며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다니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7개월째 보현의집에서 생활하며 구직활동 중이라고 밝힌 그는 "시간이 있어 참여한 행사였는데 완주하고 보니 뿌듯함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제주도 국토 종주에 나선 보현의 집 노숙인과 관계자
[보현의 집 제공]



노숙인과 함께 자전거 종주를 마친 보현의집 박강수 사회복지사는 "노숙인은 과거 실패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기에 근로(현장)에 뛰어들기 전에 성취하는 경험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며 "정서적 안정감이나 목표 의식 확립 경험 등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석희정 교수는 "초창기에는 직업훈련을 위주로 노숙인 정책이 펼쳐졌지만 일만 덩그러니 주어진다고 해서 꾸준히 일하는 성과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활동이 중요하며 구직은 그 수단일 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따른 비자발적 실업 장기화나 저소득으로 인한 교육 소외 등 노숙인이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며 "이들에게 획일적인 직업훈련을 시키기보다 인문학 교육, 국토 종주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아주는 것이 자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nding@yna.co.kr

기사문의나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