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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중국 대테러 부대가 홍콩 거리 청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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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협적’ 방식으로 시위대에 존재감 과시

홍콩 정부 요청 없어 ‘기본법 위반’ 논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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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미묘한 시기에,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대테러 부대원들이 시내 도로 청소에 나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대학에서 시위대가 철수한 가운데, 폴리테크닉대를 중심으로 시위대와 경찰의 소규모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6일 중국군 50여명이 카오룽 주둔지에서 나와 오후 4시20분부터 5시까지 거리를 청소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중국군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렌프루 거리에서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등의 작업을 했다. 중국군이 홍콩에서 대민 활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이 참여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며, 지난 6월 시위 발생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를 하고 있던 한 군인도 “우리는 자발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표현을 인용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입법의원 24명은 성명을 통해 중국군의 청소작업이 홍콩 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홍콩정부가 필요할 경우 공안유지와 재난 구호를 위해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지만, 이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쩡즈핑 쑤저우대 군사법 전공 교수는 “제복도 입지 않았고 군사적 임무도 아니다. 그냥 거리 청소를 했을 뿐이어서 이를 규제하는 법은 없다”면서도,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비 위협적’ 방식으로 시위대에 중국군 주둔 사실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중국군은 ‘특전팔련’이라는 글자가 쓰인 주황색 티셔츠나 ‘쉐펑특전영’이라고 쓰인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두 부대는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쉐펑특전여단’ 소속으로,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라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공포감 조성을 통해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고, 강경 시위대와 시민들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홍콩 주요 대학 대부분에서는 시위대가 철수했지만 강성 시위대 100명 정도가 홍콩 이공대에서 점거를 이어가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양쪽의 충돌 과정에서 공보팀 소속 한 홍콩 경찰관이 종아리에 화살을 맞았다. 시위대는 지난주에도 경찰관을 향해 화살을 쏜 바 있지만, 실제로 경찰관이 화살에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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