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연합공중훈련 연기, 협상 나서라"
북 외무성 "인권 거론엔 마주 앉을 의욕 없다"
제재 완화, 체제 보장, 인권 불간섭 기대 속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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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만난 뒤 “양국 국방부 간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이번 달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결정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 역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미사일) 시험을 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한·미는 비질런트 에이스로 불리는 연합공중훈련을 공식적으로 유예했다. 대신 대대급 이하의 연합훈련은 예년처럼 실시됐다. 군 당국자는 “올해는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도 하지 않는다”며 “양국이 파격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연합훈련이 시작된 2015년 이래 대대급 연합훈련까지 연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이번 결정이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북한 비핵화 합의에 응하기 위한 문을 열어두기 위해 연습을 조정하는 우리의 의도가 자칫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 가치를 증진 및 수호하기 위한 공약이 약화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 역시 "한·미 국방 당국은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 적극 공감하면서 북한이 반드시 비핵화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번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2월 내 협상 재개를 북한에 요청했다는 소식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연합공중훈련 연기는 연내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라는 미국의 요구나 다름없다.
하지만 북한이 다시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면서 북·미 비핵화 회담 재개의 조건을 높였다. 북한은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이 발표된 직후인 이날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지난 14일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우리는 이런 상대와 더 이상 마주앉을 의욕이 없다. 신성한 우리 공화국을 국제형사재판소 따위와 연결시키고 있는 미국과 마주앉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앞으로 조미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전에 핵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화의 손을 내밀자마자 북한이 이번엔 인권 문제를 요구 리스트에 올렸다. 그간 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제재 해제에 체제 보장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엔 인권 불간섭 보따리까지 얹은 셈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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