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이달 중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전격 연기한 것은 훈련 축소 시 효과가 반감되는 데다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같은 구상은 지난 1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15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조율된 뒤 17일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전격 연기 방침에 대해 일단 긍정적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만큼 다음달 중 스웨덴에서 다시 미·북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기 직전까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인 '안전 보장'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요구하며 기싸움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매체가 지난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 참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절제된 표현을 쓴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측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는 한국 공군의 '보라매 공중사격대회' 격인 연례 행사로 도발로 볼 수는 없다.
한편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면서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의식한 듯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7일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반도 연합전력은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합훈련을 조정하는 우리 의도가 자칫 우리의 공동 목표와 이익,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공약이 약화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번에 연기된 훈련을 언제 다시 시작할 것인지는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며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만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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