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정책 부작용에 재정 건전성까지 ‘흔들’… 투자 활성화 급하다 [한국경제 출구를 찾아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문가 22명 중 18명이 C·D학점/ 절반이 경기하방 ‘소주성 정책 때문’/ “미·중 무역갈등 여파 대외변수 실기”/ 글로벌 위기 없이 성장률 1% 그칠 땐/ 성장 동력 상실로 ‘저성장늪’ 진입 우려/ “정부 정책, 기업투자 위축 가장 큰 요인”

세계일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2%대 성장률을 위협받고 있다. 수출 감소와 투자 감소 등 각종 경제지표가 ‘역대급’ 악화를 기록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투입으로 재정건전성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재정으로 만들어진 단기·노인 위주의 비정규직은 늘고, 민간 일자리와 30·40대 정규직 일자리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드리워진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타개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재정이 끌어온 경제성장…내년도 다르지 않아

본지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22명 중 18명의 예상대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한다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외부충격 없이 ‘1%대 성장’을 기록하는 첫해가 된다. 내부적인 성장동력 상실에 따른 경기 침체는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17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0.4% 수준에 그쳤다. 올해 2% 성장은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3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5∼0.6%로 전망했는데, 정부 지출이 줄면서 그마저도 부족했다.

세계일보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정 조기 집행으로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1.2%포인트를 기록했지만 3분기엔 0.2%포인트로 낮아졌다. 민간 성장기여도는 2분기 -0.2%포인트에서 3분기 0.2%포인트로 증가 전환했지만 재정 지출의 빈틈을 메꾸진 못했다. 내년도 우리 경제도 올해와 다르지 않다. 513조5000억원의 ‘슈퍼예산’이 편성됐지만, 국세수입은 10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가 예고됐다. 민간 성장기여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재정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구조가 내년에도 반복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설문에서 올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하방리스크로 작용한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미·중 무역갈등’(17명) 다음으로 ‘민간 기업의 투자 부진’(13명)을 꼽았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 부작용’이라고 응답한 전문가가 11명이었고, 소비심리 위축(7명), 일본 수출 규제(3명) 등의 순이었다.

세계일보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경쟁력을 잃고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든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수요관리 정책을 펴면서 정책이 거꾸로 갔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문재인정부 경제팀 학점은 ‘C’… 소주성 등 정책 부작용

문재인정부의 경제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전문가 22명 중 12명이 ‘C학점’을, 6명은 ‘D학점’을 매겼다. B학점이 4명이었고, A학점과 F학점은 없었다. 문재인정부 경제팀에 C학점과 D학점을 준 전문가 18명 가운데 11명은 올해 우리 경제 하방리스크로 작용한 가장 큰 요인으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 부작용’을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면서 고용에 문제가 생기도록 한 것”이라며 “고용에 문제가 생기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향후 투자를 줄이고, 투자가 줄면서 다시 일자리 사정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고용이 줄면서 자연스레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었고, 가처분소득 감소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며 ‘소득주도성장’이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비교적 높은 B학점을 준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득주도성장 등의 가치는 좋지만 좀 더 현재 경제여건을 제대로 점검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데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수석연구원은 “규제 완화를 포함해 구조적인 부문의 개선 노력 등의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경제낙관론을 펴며 고용지표 등 단기 지표 개선에 집중했다”고 혹평했다.

세계일보

◆내년엔 ‘투자활성화’ 우선… “정부, 감독·선수 아닌 심판 역할”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선 정책으로 투자 활성화(18명)를 첫 번째로 꼽았다. 산업구조 개편(8명)이 뒤를 이었고, 수출 활성화(6명), 규제 철폐(7명), 일자리 창출(4명) 등 순이었다. 결국 민간에서 투자가 살아나면서 경제활력이 돌게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이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킨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감독이나 선수가 아닌 심판의 입장에서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설문 참여 전문가 22명 명단(가나다순)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식 NH금융연구소 연구위원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광해 우리금융연구소 소장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5명은 익명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