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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꼬이고 지소미아는 공전 … 안보 불확실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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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소용돌이’ / 韓·美 연합훈련 연기… 北 변화 촉구 / 北·美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 커져 / 韓·日 갈등에 韓·美 동맹 균열 양상 / 日 편드는 美 실리주의 대응 과제로 / 분담금 협상 전방위 압력도 부담

세계일보

지난 2017년 12월 한반도 상공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북·미 실무회담의 진전을 위해 한·미 양국이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또 한·미동맹을 중시해온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력으로 불편한 처지에 빠졌다.

한·미 양국이 북핵 문제에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한·일 문제와 관련해서는 견해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 외교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만난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달 중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국 장관은 이미 지난주 15일 서울에서 회담을 가졌지만, 연합공중훈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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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미간 실무대화를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연합공중훈련의 연기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우리와 협상을 재개하고 싶은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이미 양측이 연기에 합의했지만, 발표 시기를 고민해 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간의 대화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가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한·미 양국은 연합공중훈련뿐만 아니라 그간 대규모 연합훈련을 자제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실리를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안보태세 유지의 중요한 축인 연합훈련을 경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의식한 듯 에스퍼 장관은 연합공중훈련 연기에도 “한반도의 연합전력에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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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일 문제에서는 미국이 우리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수출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취한 만큼 지소미아를 연장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는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정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일본 방위상의 회담에 이어 에스퍼 장관이 함께 참여하는 한·미·일 국방부 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각국의 입장은 하나로 모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 쌍방 간의 만남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고노 방위상은 굳은 표정으로 5분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고, 회담 전 정 장관은 ‘양측에 변화 기류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어, 없어”라고 말해 회담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이후 회담 자리에 앉자마자 각각 테이블 위에 놓인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타는 목’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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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17일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대로 두 국방 수장은 각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회담한 한·일 양측의 국방 수장은 각국 정부를 대표하는 성격이 짙다. 지소미아가 군사적 협력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호의적인 결과를 끌어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 장관은 올해 1월 일본의 초계기가 우리 함정에 근접비행을 한 것과 관련해 ‘재발 방지’도 당부했다.

향후 북핵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공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양국 간 경색된 관계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고노 방위상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일·한, 일·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 문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등 동아시아 정책 전반에 있어 실리를 추구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동시에 안보 불안을 해소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게 됐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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