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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전기車배터리 소재로 영토 넓히는 `티플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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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영국 티플랙스 대표가 스테인리스 봉강 인발 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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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봉강을 이용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볼트, 너트, 밸브 중 40% 이상은 우리 제품을 이용할 겁니다."

최근 경기도 안산시 시화MTV 산업단지에 위치한 티플랙스 본사에서 만난 김영국 대표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제품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세아창원특수강에서 스테인리스 봉강을 공급받아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에 맞춰 제공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장비, 조선 및 플랜트, 원전 장비, 건설 등 거래처만 1500여 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철에 니켈과 크롬을 혼합해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는 강도가 높고, 내마모성·내부식성이 있어 산업의 기초 소재로 꼽힌다. 1982년 태창상회란 이름으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작은 공구상으로 시작한 티플랙스는 원통형의 스테인리스 덩어리인 스테인리스 봉강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40% 이상으로 업계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216억원이었다.

특히 티플랙스는 스테인리스 봉강을 직경 4~33㎜로 변형시키는 '인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발은 다양한 금속이나 합금의 단면을 감소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공정이다. 재료를 밀어넣는 압출과 달리 인발은 잡아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인발 공정을 거친 뒤 원통 모형 양쪽 면 중심이 일치하고 완벽한 원형을 이뤄야 하는데, 그 원형의 차이를 편경 차라고 한다. 우리 제품은 편경 차가 없을 만큼 안정적으로 생산·관리된다"면서 "단순히 설비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 30여 년간 숙련된 직장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밀한 기술력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도 지난해 티플랙스에 러브콜을 보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서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여러 개 묶어 팩을 만드는데, 배터리는 그 효율성만큼이나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사각형 모듈케이스가 외부 충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하는 부품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티플랙스는 지난 5월부터 연간 약 50억원 규모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주요 전방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매출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뭄 속 단비를 만난 것이다.

또한 김 대표의 남다른 고객 중심 영업력이 티플랙스의 성장에 한몫했다. 1500여 곳이라는 거래처 숫자에서 보듯 가장 거래가 많은 업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도 안될 만큼 업체 1곳당 거래액이 많지 않다. 김 대표는 "전자,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전방산업별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1991년 법인 전환 후 28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고, 심지어 IMF 외환위기와 리먼 사태 때에도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 진출한 것도 그의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티플랙스는 2016년부터 꾸준히 대만 시장을 두드렸고, 2017년 5만7000달러라는 첫 수출 실적을 올렸다. 당시 그는 매월 한 번씩 대만 타이베이에서 가오슝을 가로지르며 15곳 업체를 방문했다. 지금도 분기에 한 번씩 대만 현지 업체를 찾고 있으며 일본, 베트남에서도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에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 등에 스테인리스 소재를 공급한다"면서 "지난해 800만달러 조금 넘게 수출했고 올해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연간 공급량이 3만4000t에 달해 회사 창립 이래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2011년 1381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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