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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민주 ‘86그룹 용퇴론’에도 힘 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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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불출마 선언 안팎 / 일각 “중요자원… 만류해야 하는것 아닌가”/ 다른 의원도 고민중… ‘중진 물갈이론’일듯 /靑출신 출마자 많아… 견제기류 감지도

세계일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사진) 전 실장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에 인적 쇄신 광풍이 몰아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 대권 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됐던 임 전 실장이 스스로 정치 무대를 내려오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에 대한 견제 기류도 감지된다.

◆‘86세대 물갈이’ 기폭제 될까

임 전 실장은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 출마가 예상됐던 여권의 잠룡 중 하나였다. 내년 총선에서 등판에 성공한 뒤 대권주자로서 몸집을 키우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이로 인해 종로를 지역구로 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용퇴 문제에도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 “임 전 실장으로는 보수세가 강한 종로를 지킬 수 없다”는 회의론을 제기하며 이 지역을 둘러싼 말이 무성했다. 반면 여권의 실탄 중 하나인 ‘임종석 카드’를 꼭 종로에 쓸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에선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통일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취지라고 들었다. 그것도 장하고 훌륭한 뜻이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지 들어보겠다”며 “가능하면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상당히 중요한 자원인데 어떻게 보면 손실일 수도 있다”며 “(당이) 만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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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불출마를 고심 중인 여야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물갈이 기류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 파행이 거듭되며 텅 빈 지난 6월 본회의장 전경.뉴시스


민주당의 전략 카드였던 임 전 실장의 용퇴는 ‘86세대 물갈이’ 요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86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를 비롯한 운동권 세력은 2000년대 초반 인권·정의·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래세력으로서 국회에 대거 입성해 강력한 정치 집단화를 이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사회 권력을 오랜 기간 독점한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며 최근 이들에 대한 용퇴론이 거세졌다.

민주당에선 수도권의 한 3선 의원도 불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의 공식 선언이 나올 경우 임 전 실장의 불출마와 맞물려 중진 물갈이론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 볼멘소리 “청와대 출신 너무 많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의 대표격인 임 실장의 불출마로 여권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에 대한 압박도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 10여명과의 만찬 자리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각 지역구에 이미 말뚝을 박고 있어 신인 영입과 전진 배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는 약 50∼70명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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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들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 ‘청와대 직함’ 사용 가능 여부를 내년 2월쯤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지 않는 한 청와대 출신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조사에서 최소한 15%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며 “직함 사용 여부를 빨리 결정할수록 당내 갈등만 커진다. 내년 2월쯤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일부가 민주당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과 경합을 벌이며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자 결정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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