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가는 건 김 의원의 강경 메시지다. 그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 전체가 총사퇴하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좀비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그는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중진 용퇴’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서로 손가락질은 하는데 막상 그 손가락이 자기를 향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득권에 안주한 한국당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까지 모두 졌다. 그때마다 뼈를 깎는 혁신과 참신한 인재 영입을 통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전체 의원 109명 중 3선 이상 중진은 3분의 1가량인 35명이고, 50세 이하는 5명에 불과할 만큼 노쇠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구도 먼저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다. 김 의원 말처럼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이 따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재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했다. 사실상 정계은퇴를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를 대표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상징적 인물이다. 누구보다 민주당 내 기득권을 누려왔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86그룹’과 앞다퉈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그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낡은 정치를 탈바꿈 시키자는 것은 시민들의 오랜 바람이다. 이념과 진영싸움에 매몰된 구시대 인물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그 자리를 젊고 유능한 인재들로 채우라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치판의 구태를 씻어내기 위해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하고, 이런 혁신적 물갈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꼭 필요하다. 두 사람의 정치판 혁신 외침이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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