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남미의 피카소' 페르난도 보테로 회화, 케이옥션 경매 출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케이옥션 11월경매 208점, 147억원어치 작품 출품

뷔페·샤갈·김환기 회화에 백남준 비디오아트 작품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회화가 오는 20일 케이옥션 11월 경매에 출품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이번 경매에는 모두 208점, 약 147억원어치의 작품이 출품된다.


보테로는 인체를 풍만하게 표현한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는 거장의 작품도 감정이 배제된 무심한 표정과 단단하고 충만한 양감을 지닌 자신만의 양식으로 재창조한다. 경매에 출품된 보테르의 '애프터 고야(After Goya)'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 '오수나 공작부인'을 변형한 작품이다. 오수나 공작부인은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고야의 후원자로 자선사업 및 마드리드의 문학 살롱을 주최해 음악가, 시인, 화가, 배우 등 예술가들과 교류가 많았다. 보테로는 고야의 원작을 자신만의 특징인 부풀려진 신체와 짧은 팔다리, 작고 몰개성한 이목구비 등으로 바꾸어 그렸다. 국내 경매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보테로의 명화 오마주 작품으로 추정가는 9억~18억원이다.


피카소의 대항마로 불린 20세기 프랑스의 거장, 베르나르 뷔페의 작품도 두 점 출품된다. 뷔페는 스무 살의 나이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비평가상을 받았으며 그의 작품 '닭을 들고 있는 여인'은 당시 피카소에게도 영감을 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1928년에 태어난 뷔페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참혹하고 열악했던 상황을 작품에 담았다. 그의 작품 속 사물과 사람들은 생기가 없고 심하게 말랐는데 뷔페는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의 선묘를 활용해 고통과 허무함, 삶과 죽음의 경계를 투영했다. 이번 경매 출품작 'Still Life with Saint Pierre'에서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뾰족한 가시가 그의 짙고 날카로운 선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추정가는 4억5000만~7억원이다.

아시아경제

페르난도 보테로 'After Goya', oil on canvas, 206×140㎝, 2005년, signed on the lower right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베르나르 뷔페 'Still Life with Saint Pierre', oil on canvas, 114×146㎝, 1977년, signed on the lower left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태생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도 세 점 출품된다. 러시아 유태인 가정에 태어난 사걀은 1910년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후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다. 파리의 생활은 그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고,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샤갈은 1977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고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이 걸리는 영광을 누렸다.


이번 출품작 'Violinist and Maternity over the Roofs'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이 작품 한 가운데 그려져 있다. 화면 중앙에서 하늘을 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정가는 4억~6억원. 또 다른 출품작 'The Painter and the Christ'는 샤갈의 후기작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그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 화가의 모습이 표현됐다. 템페라 기법을 이용한 물감의 층이 광택을 띄어 시각적인 혼합 효과가 느껴진다. 추정가는 1억8000만~3억원이다.

아시아경제

마르크 샤갈 'Violinist and Maternity over the Roofs(왼쪽)' gouache, ink, tempera, watercolor on paper, 76.3×56.5㎝, 1982년, 'The Painter and the Christ(오른쪽), tempera, crayon and gouache on panel, 27×21㎝, 1982년, signed on the lower right and reverse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백남준의 작품 네 점과 국내 미술품 중 최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환기의 작품 여섯 점도 경매에 오른다.


김환기의 '야상곡'은 반추상 작품으로 산과 달의 밤 풍경을 그렸다. 추정가는 9억~16억원. 김환기가 뉴욕에서 제작한 '19-V-69 #57'은 김환기가 뉴욕에 정착한 후 보편적인 미감을 갖춘 작가로 인정 받기 위해 점, 선, 면의 조형 형식을 면밀히 탐구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당시 김환기가 추구했던 조형요소들이 한 화면에 모두 사용됐으며 작가의 주요 도록에도 수록된 작품이다. 추정가는 14억~20억원이다.


백남준의 'TV is New Hearth'는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축적인 요소와 비디오라는 과학적인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다. 앤틱한 우드 프레임 안에 TV 모니터 아홉 개로 구성됐다. 1980년대에 제작된 작품으로 화면에는 중복된 단일의 영상 또는 수십 개의 영상이 재생된다. 추정가는 5억8000만~10억원.

아시아경제

김환기 '야상곡', oil on canvas, 65.1×100㎝(40), 1961-1964년, signed on the lower right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백남준 'TV is New Hearth', video installation, two-channel video, color, silent; 9 TV monitors(9’’), 2 DVD players, 2 compact discs, 2 laser discs, mixed media on wooden structure, 172.5×58.5×186(h)㎝, 1989년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재가 알려지지 않아 사진으로만 전해지던 구본웅의 작품 두 점도 이번 경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1935년과 1937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고행도'와 '만파'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불교적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두 점 모두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개 장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팔상도' 가운데 여섯 번째인 '수하항마'를 그렸다. '고행도'는 석가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하다가 이를 방해하는 마왕의 아홉 가지 유혹과 위협을 물리치고 6년 고행 끝에 참 진리를 깨닫는 장면이며, '만파'는 마왕의 항복을 받은 석가가 열반에 들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추정가는 두 작품 모두 각각 2500만~5000만원이다.


고미술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말년 대표작 '김복규 정려비송'(추정가 5~10억원)을 비롯해 추사가 부채 위에 쓴 완숙하고 균형미가 탁월한 '시품(추정가 2000~5000만원)'이 눈에 띤다. '김복규 정려비송'은 추사 말년 대표작 중 하나로 조선 후기의 김복규, 김기종 부자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쓴 글씨이다. 구양순풍의 날카로움에 안진경풍의 둥근 맛에다가 한예(漢隸)의 필의(筆意)가 은연 중에 배인 해서이지만 예서의 끼가 있는 멋스러운 작품이다.

아시아경제

구본웅 '고행도(苦行圖, 왼쪽)', ink on paper, 27×24㎝, 1935년, '만파(卍巴, 오른쪽), ink on paper, 27×24㎝, 1937년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추사 김정희 '김복규 정려비송(金福奎旌閭碑頌)', 종이에 먹, 34.5×150㎝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별섹션 '조선중기의 서예'에서는 효종대왕, 서애 류성룡, 퇴계 이황, 탄은 이정, 고경명, 지천 최명길의 간찰과 서첩이, 도자기에서는 다양한 기형과 문양의 19세기 청화백자와 청자가 골고루 출품된다. 이외에 석지 채용신의 초상화, 책가도, 강화행렬도, 십이지신도 등 19~20세기에 제작된 다양한 작품이 공개된다.


여성의 지위와 품격을 나타내던 장신구 노리개 중 궁중의 대례복에 갖추었던 '대삼작노리개'도 출품된다. 이번 출품작은 지금까지 공개된 대삼작노리개에 비해 보패 크기가 큰 가장 높은 서열의 대삼작이다. 노리개는 궁중 여성들의 지위를 표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삼작노리개는 왕비와 세자빈, 정일품 품계를 받은 내외명부 또는 공주, 옹주와 왕자군부인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출품된 대삼작노리개는 한 쌍의 옥나비와 붉은 산호가지, 밀화를 기품있게 뻗어 내린 낙지발술 위에 달아 만들었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는 무료로 사전 예약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고, 20일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전화로 응찰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

대삼작노리개(大三作佩飾), 산호, 호박, 진주, 옥, 40.5×23㎝, 19세기 [사진= 케이옥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