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부응 못해… 새 제안 기대"
韓 "수용가능한 분담되도록 노력"
지소미아 등 협상 여건 ‘악화일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결국 파행/19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3차 회의 2일차 일정에서 양국은 증액 규모를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고, 이에 미국 측이 자리를 뜨면서 이날 오후 5시께까지 예정된 회의는 낮 12시를 넘기지 못한 채 파행됐다. 이후 정은보 우리측 협상단 대표(왼쪽)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측 대표는 각각 외교부와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로의 입장을 설명했다. 뉴시스·주한미국대사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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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결정을 위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회의 2일차 일정이 19일 오전 10시에 열렸으나 증액 수준 등을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며 결국 파행됐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는 파행 뒤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팀이 제시한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요청에 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하트 대표는 "한국에 재고의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담에 참여하지 않았고, 나는 위대한 동맹정신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를 위해 양측이 협력할 수 있는 새 제안을 한국이 내놓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측 정은보 협상대표도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한·미는 상호 간 제안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에 합의했다"며 증액 규모 등을 놓고 양국 간 입장차가 컸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협상회의 파행과 관련해선 "미국이 이석을 하면서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미국 측에 파행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또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상호 간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美 "대폭 증액" vs. 韓 "공평부담"
이번 3차 회의가 파행을 맞이한 것은 올해 분담금 규모인 1조389억원을 약 6배 상회하는 미국의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분담 압박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분담을 강조하는 우리 측의 상반된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1차 회의에서 탐색전을 벌인 한·미는 2차 회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3차 회의에서는 우리 측의 입장을 각각 상대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대폭적인 인상 압박에 대한 우리 대표단의 입장을 미국이 수용하지 못하면서 파행으로 이어진 셈이다.
우리 대표단은 매년 한국이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고, 매년 천문학적 액수의 미국산 무기를 도입하고 있으며, 해외주둔 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인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 건설비용을 부담하는 등 그동안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부담해 왔음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이를 협상의 '옵션'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양국은 다음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해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각자 대응논리 다듬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실무적으로는 다음 일정을 잡아놓고 있지만 이날 예정대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국 간 방위비분담금 증액 규모와 관련, 수조원대라는 천문학적 액수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상황에서 연내 타결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10차 SMA의 유효기간은 올해말까지로, 연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협정공백 상황으로 직결된다.
■협상여건도 '악화일로'
3차 회의 파행으로 정부의 방위비협상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 참여에 대한 대가를 더 많이 받아내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 협상 중간에 회의장을 나갈 정도로 강경하기 때문이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은 부유한 나라로 방위비를 더 낼 여력이 있으며, 더 내야 한다"고 말했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최근 같은 논리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미국이 원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도 결국 종료수순을 밟으면서 방위비 협상여건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불안한 한·미 동맹의 강도가 이번 일로 균열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우리 정부로선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4차 방위비 협상에서 우리측 의견을 관철시키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미국은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인 한·미·일 공조 측면에서 보는 만큼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미국의 안보비용 증가를 방위비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를 방위비협상과 연계해서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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