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美 ‘협상장 이탈’에 외교당국 ‘당혹’
-에스퍼 “한국은 부유한 나라” 파행 직후 압박
-일단 협상 올스톱…미국 고도전략에도 주목
-‘새로운 제안’ 조건에 연내 협상 타결 ‘불투명’
한국과 미국은 지난 19일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부딪힌 끝에 다음 회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이날 회의 종료 뒤 미국대사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 와 외교부에서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오른쪽 사진).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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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액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위한 협상이 미국 측의 중단 선언으로 파행됐다. 파행 직후 미국은 한국을 “부유한 나라”라고 지적하며 방위비 분담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고, 이런 미국을 두고 일각에선 “전례 없는 일방적 협상 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파행 소식에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부유한 나라’ 답게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앞서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는 3차 방위비 협상 두번째 날인 지난 19일 협상 시작 1시간 30분만에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와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미국 측의 ‘협상 스톱’ 선언은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비용과 작전비용을 분담 항목으로 신설해 최대 50억 달러(약 5조8000억원)를 분담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우리 협상단이 수용할 수 없다는 답을 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의 협상 테이블 이탈에 외교 당국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한국이 진전된 제안을 준비하면 다시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미국 측의 고압적 태도와 관련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식이 외교적 관례와 거리가 있다’는 뒷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우리 측 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정은보 방위비협상대사도 파행 직후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미국이 먼저 협상장에서 이석했기 때문”이라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법이 그동안 우방국을 대하는 미국의 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면서도 “미국 입장에서는 내년으로 예정된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 등이 있기 때문에 첫 협상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협상단이 갑작스레 협상을 중단하며 양국은 후속 대화 일정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이다. 정 대사는 “실무적으로는 다음 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한국에 ‘새로운 제안’을 요구한만큼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애초 양국이 합의했던 ‘연내 협상 타결’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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