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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말바꾼 에스퍼 美 장관…주한미군 감축에 "예측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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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선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서명

중앙일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일 베트남을 방문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에 이어 태국, 필리핀, 베트남을 순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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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을 놓고 말을 바꿨다. 에스퍼 장관은 19일(이하 현지시간) 필리핀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인가’란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what we may or may not do)에 대해선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겨 놓는 답변이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한국을 거쳐 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이었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답변은 기존 언급과 달라진 것이다. 그는 13일 한ㆍ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선 “주한미군 감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한반도 내와 바로 주변, 그리고 미국에 매우 유능한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언제든, 어떤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며 이같이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15일엔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담긴 SCM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재확인하는 양국 문서에 서명한 지 나흘 만에 ‘현 수준서 감축’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답변했던 19일은 서울에서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가 협상을 결렬시켰던 당일”이라며 “결국 미국이 주한미군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꺼낼 수 있음을 알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미국이 요구했던 시한인 연말을 넘길 경우 이후 주한미군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주한미군 감축ㆍ철수설이 제기될 경우 적어도 미 국방 당국에선 이를 일축하는 반응을 보였던 게 상식적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선 ‘펜타곤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앞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11일 “보통(average) 미국인들은 한ㆍ일 두 나라에 미군을 전방 파견한 것을 보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공개 거론한 데 이어 이제 국방장관까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안”으로 여지를 남겨놨다.

미국이 당장 주한미군에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순환배치다. 미 육군은 9개월마다 새로운 기갑여단 전투단을 미 본토에서 한국으로 보낸다. 가장 최근 순환배치된 부대는 지난 7월 왔던 제1기병사단 예하 제3기갑여단 전투단이다. 순환배치 여단의 규모는 약 3500~4000명이며, 지원병력까지 포함하면 6000명 가까이 된다. 제3기갑여단 전투단은 내년 4월 교체된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볼 때 연말까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첫 주한미군 압박 카드는 순환배치 잠정 중단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미국 측이 요구한 50억 달러(약 5조 8000억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 계산서엔 순환배치 병력ㆍ장비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북ㆍ미 비핵화 협상에서 당근으로 제시할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은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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