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의 ‘산방산(얼굴)’, 65×40×25㎝, 조면암, 2019. 갤러리 마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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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섭의 ‘사월애’, 167×60×47㎝, 혼합재료, 2019./이영섭의 ‘꽃잎’, 41×12×9㎝, 혼합재료, 2019
조각가 이영섭(58)의 작품은 미술계 안팎에서 흔히 ‘발굴 조각’으로 불린다. 그에게는 ‘발굴 조각가’란 애칭이 따라 붙는다.
그의 작품은 붙이고 덜어내는 조각의 통념을 넘어 땅 속에서 ‘발굴’된다. 작업실 마당 등 맨 땅에 밑그림을 그린 뒤 흙을 파내고 그 속에 자신이 연구개발한 혼합재료와 유리·보석·백자나 분청사기 파편·돌 등을 넣고 흙으로 덮는다. 낮과 밤이 몇번 바뀌면 고고학자처럼 ‘발굴’한다. 시간, 자연, 그리고 그가 함께 빚어낸 조각품이다. 오랜 세월이 녹아든 듯 유물같은 조각은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질박하면서도 세련미가 있다.
이영섭의 ‘사월애’, 167×60×47㎝, 혼합재료,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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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가는 젊은 시절 테라코타 작업으로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잘 만드는 테크닉을 넘어’서 ‘흔적과 생성이 공존’하고, ‘풍부한 이야기속에 인간 삶의 솔직담백함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미래가 하나로 융합된 그런 순환적 생명력을 품은’ 작품을 갈망했다. 그는 과감히 세속을 떠나 작업실에서 수행하듯 작업했다. 7년 동안 고달사지 발굴현장을 지켜보며 비로소 “나만의, 그리고 한국적인 작품의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당연히 재료연구 등 긴 고민과 실험 끝에 ‘발굴 조각’으로 이어졌다.
이제 그는 대표작인 연작 ‘어린왕자’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소재의 작품들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다. ‘어린왕자’의 경우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져, 작가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어린왕자’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발굴하는 국제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연작은 특유의 목도리가 휘날리는 형상에 인간의 순수함, 영원한 꿈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이 작가가 ‘영원한 모더니티-이영섭 조각전’이란 이름으로 갤러리마리(서울 경희궁길)에서 작품전을 갖고 있다.
이영섭의 ‘꽃잎’, 41×12×9㎝, 혼합재료,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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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시리즈 ‘어린왕자’ ‘천사’ 등은 물론 ‘사월애’ ‘모아’ ‘소녀’ 등 20여 점의 ‘발굴 조각’이 나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발굴 조각’이 아닌 현무암·조면암의 신작 조각, 설치조각도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현무암·조면암에는 제주도의 자연, 수억년의 시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저도 모르게 작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모자’ ‘얼굴’ ‘제주에서’ ‘산방산(얼굴)’ 등의 현무암·조면암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손길이 최소화된 듯하다. 돌이 품고 있는 그 자연스러움, 시간성, 순수함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다. 대신 작가 특유의 조형미감이 두드러진다. 전시장 한 켠에는 돌·물로 구성된 설치작품 ‘샘’이 명상적 분위기로 관람객들을 호젓한 가을 숲으로 이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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