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현 작가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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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책의 얼굴이다. '82년생 김지영'의 그림자가 진 여성의 뒷모습, '연금술사'에 그려진 순례자의 모습 등은 밀리언셀러의 첫인상을 좌우했고, 성공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최근 문학 출판사들이 푹 빠진 책 표지의 주인공은 현대미술이다. 특히 국내 젊은 화가들의 작품이 책 표지로 각광받고 있다.
표지 위의 갤러리에서 가장 각광받는 국내 작가는 안소현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수료하고 '이면의 서정', '안온한 시간들' 등 개인전을 연 1984년생 젊은 회화 작가다. 텅 빈 공간에서 휴식을 하는 인물의 모습, 빛이 스며드는 실내에 놓인 식물 등의 모습을 즐겨 그려왔다. 최근 1~2년 새 출간 된 책 중에서만 꼽아도 김혜진 '딸에 대하여', 김금희 '경애의 마음', 박생강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루시아 벌린 '청소부 매뉴얼', 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등의 표지에 그의 그림이 낙점됐다. 국내외 작가를 막론하고 소설마다 표지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시리즈를 전담하고 있는 최지은 디자이너는 그간 '한국이 싫어서', '보건교사 안은영', '네 이웃의 식탁' 등에서도 젊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표지 디자인에 입혀왔다. 안소현의 '8.11.S.Z'는 특히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찰떡 궁합'을 자랑했다. 엄마의 시선으로 레즈비언인 딸의 인생을 바라보는 소설의 표지에는 관계를 알 수 있는 두 여성이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져있다. 민음사 최지은 차장은 그림을 선택한 이유를 "소설 분위기와 맞는 그림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 그림을 사용하게 됐다"면서 "안소현 작가의 작품이 구체적이면서도 은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기도 뜨겁다 보니 해프닝도 있었다. 작가가 표지 사용을 허락해오지 않은 '휴식의 방'이란 작품을 모 출판사에서 허락을 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책표지 후보로 투표를 감행한 것이다. 안 작가는 "그 동안 책표지 제안이 온 출판사는 대략 스무 건정도"라 밝히면서 "더이상 이런 무단 사용 및 무례한 제안은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라고 직접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우석 작가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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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생 이우성 작가도 출판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자신을 전형적인 '입시미술 키드'라 소개하는 그는 탁월한 표현력으로 젊은 청춘들의 불안, 좌절, 분노 등을 그림에 녹여왔다. 최근 재출간 된 정세랑 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에는 이우성의 '대청댐', 최승린 소설 '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이 노래를 부르세요'에는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가 표지로 사용됐다.
팀 아이텔 작가 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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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작가 중에는 팀 아이텔(48)의 인기가 유별나다. 독일현대회화를 이끌어가는 뉴라이프치히파 화가로 국내에서도 2017년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연 작가다. 가장 대표적인 책은 신드롬을 일으켰던 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다. 책 표지로 쓰면 안된다는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어두운 색조와, 인물의 뒷모습이 모두 들어간 이 책은 '밤'이라는 책의 키워드와 잘 어울려 큰 호응을 얻었다. 뒷모습 표지의 유행의 시발점이 이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팀 아이텔은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잘 표현된 불행''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까지 4권의 책에 모두 주인공이 됐다. 황현산의 페르소나로 팀 아이텔을 낙점한 난다 출판사의 김민정 대표는 "원고를 읽으면서 바로 오버랩이 되는 그림들 글과 그림이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어 오감을 확장시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형철의 책 '느낌의 공동체'에도 배에 탄 두 사람을 그린 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쯤 되면 문학평론가들이 사랑한 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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