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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대로는 총선서 이길 수 없다”…쇄신의 칼 빼든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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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3분의 1 컷오프·현역 절반 ‘물갈이’ 추진

당 존립 위기 내몰려…영남권·서울 강남 등 중진이 ‘타깃’

지도부 등 결정 남아…총선기획단 공천안 실현 ‘미지수’

황교안 대표 단식 이틀째, 당직자들 ‘2교대 의전’도 눈살



경향신문

어수선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가운데)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전략회의에서 공보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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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1일 내놓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오프(탈락)’ 및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는 현재 보수 분열 상황과 물갈이 규모 등을 고려하면 역대 최대 인적쇄신안으로 평가된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한국당 의원 108명 중 54명 이상이 배제되는 것이다.

보수가 분열된 상황이라 한국당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이 결과에 불복한 뒤 탈당해 다른 보수정당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강도 현역 교체안을 내놓은 것은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당 존립 위기까지 내몰린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최종 결정까지 총선기획단의 고강도 공천안이 그대로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총선기획단이 발표한 ‘현역 의원 50% 교체’는 전신인 새누리당을 포함해 현역 의원 물갈이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을 교체한 때는 새누리당으로 선거를 치른 2012년 19대 총선이었다. 당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41.7%였고, 지역구 현역 의원은 25%를 컷오프했다. 직전인 2016년 20대 공천 때는 현역 의원 교체율이 19%대 수준이었다. 당시엔 지역구 현역 의원 컷오프를 실시하지 않아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낮았다.

한국당이 고강도 인적쇄신이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존립 위기에 내몰린 당 처지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계속해서 좌충우돌하며 논란에 휘말렸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수사 대상자 가산점 말바꾸기, 갑질 논란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철회 등이 이어졌다. 그러자 황교안 대표가 급하게 보수대통합을 꺼내들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자 급기야 여의도연구원장인 영남 중진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해체’ ‘지도부 퇴진’ 등을 주장했다. 당은 다시 쇄신 논의로 들썩였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일 황 대표가 단식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이마저도 여론 반응은 싸늘하다. 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런저런 쇄신안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조국’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대로는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고강도 인적쇄신안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보수가 분열된 상황이라 인적쇄신이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수는 한국당 외에도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우리공화당 등으로 분화돼 있다. 한국당에서 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이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게 있는 셈이다. 특히 한국당, 변혁, 우리공화당이 보수의 적통성을 두고 경쟁하는 만큼 인력 유출은 주도권 싸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당초 한국당 황 대표가 인적쇄신안이 나오기 전 보수대통합을 추진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쇄신안은 사실상 ‘황 대표의 안’으로 평가받고 있어 추진 가능성이 높다. 총선기획단이 황 대표와 가까운 사무총장단으로 꾸려져 있어 향후 최고위원회의 보고→당 대표 결정→공천관리위원회 인계 등의 과정에서 번복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한국당은 단일지도체제라 당 대표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물갈이가 현실화할 경우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돼 쇄신안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물갈이 타깃은 영남권과 서울 강남의 중진 의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초·재선 의원 등이 지속적으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해온 그룹이다. 다만 영남권 중진 의원들은 친박(근혜)계로 황 대표와 가깝고, 당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반발이 거셀 수 있다.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도 난제다. 한국당은 외부인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전 대장 논란 이후 영입 시도도 시들해진 상황이다.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신상진)가 지난 7월 제시한 정치 신인 50%, 청년 최대 40%, 여성·장애인 30% 가산점 부여 등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황 대표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는 자해 행위이자 국익훼손 행위”라며 “저의 단식은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 외에 다른 아무런 목적이 없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낮에는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밤에는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취침하는 식으로 단식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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