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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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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수출규제 풀 의향 보였다" 日 "아무것도 양보 안했다"…지소미아 유예 놓고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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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아베, '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 안해⋯美 입장 강경해 한국 물러선 것'이라 말해"
靑관계자 "일본이 수출규제 재검토 의향 보여 지소미아 종료 유예한 것"

"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 (입장)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유예로) 물러선 것이다."(日아베 총리)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 의향을 보였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중단시켰다."(청와대 핵심관계자)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고 무역 규제 관련 국장급 대화를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했지만, 협상 타결 과정을 두고 서로 엇갈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지하기로 물러서 무역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장급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막후 협상 뒷이야기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나서 일본이 먼저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간소화 국가 명단)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중단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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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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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美·日 강력 반발에 韓 물러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강력 반발하자 결국 한국 정부가 종료 유예를 선택했다는 취지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발언을 24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직후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쯤 미국을 통해 ‘한국 측의 복수의 타협안’이 일본 정부에 전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수출규제는 지소미아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일본이 입장을 바꿀 만한 방안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제기했던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절차를 보류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하면서 일본도 무역규제 관련 국장급 협의를 재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한국 측은 미국의 압박에 "대의명분만 주면 (지소미아) 협정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지만, 일본 측 반응은 "협정 파기도 어쩔 수 없다"며 냉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일본과의 분쟁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일본 정부내 기류도 변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8~19일 지소미아 문제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주한미군 축소를 시사한 백악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물밑 작업을 해 미국 상원이 21일 (지소미아) 협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결의를 가결했다"면서 "워싱턴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한국을) 옥죄었다"는 총리 관저 관계자 말을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23일자에서 "거의 이쪽의 퍼펙트 게임이다(일본이 퍼펙트로 이겼다)"는 일본 정부 고위관료의 발언을 전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 중지 뿐만 아니라 일본측의 예상을 뛰어넘어 한국이 수출규제와 관련된 WTO제소 절차까지 보류했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결국 국장급 협의에 응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지소미아와 수출관리 문제는 엮으면 안된다. 절대로 양보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유지하면서도 국장급 정책대화를 재개하는' 최소한의 선에서 한국측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를 이끌어냈다’는 분위기다.

◇靑 "日 수출규제 재검토 의향 보여 지소미아 종료 연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재검토 의향을 보여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하기 위한 한일 당국 간 대화가 복원될 것으로 본다"면서 "일본이 3가지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 조치와 관련해 "날짜를 상정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막무가내로 기다릴 수는 없다"고 했다. 김유근 청와대 안보실 1차장도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를 공식 발표하면서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전제하며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한 이해를 표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취소한 것이 아니며,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양국 간 대화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지소미아 종료든 WTO 제소 중지든 거둬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하는 데 미국 정부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묻는 기자들에게 "지소미아는 한·일 간 문제"라면서도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해 동맹관계인 미국에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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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좌측)과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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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협상서 韓·日 기싸움 치열할 듯

한·일 양국 정부의 이런 상반된 설명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국장급 대화 재개 조치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만큼 서로 상대의 양보를 강조해 서로가 ‘협상에서 이겼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치킨 게임을 벌였다. 역사 문제까지 결부된 이번 사안에서 자칫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정권이 여론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수출 규제 관련 무역 당국간 국장급 정책대화도 팽팽한 기싸움 속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정부가 무역 당국간 정책대화 결과에 따라 지소미아를 언제든 다시 종료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었지만, 무역 정책대화에는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무역 당국간 국장급 정책대화엔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을 여지가 적다"며 "수출규제가 해제되지 않으면 한국내에 지소미아 종료를 요구하는 여론이 다시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로선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대한 입장이 '한국 대(對) 미국·일본' 구도로 짜여져 종료 결정을 내리기도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점을 일본이 앞으로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일 양국의 설명이 다른 것에 대해 "서로 협상을 잘했다고 얘기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양국에 동시에 압력을 행사했겠지만, (일본보다) 지소미아에 대한 입장을 바꾼 한국에 더 큰 압력을 행사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향후 한·일 협상도 물밑에서 방향성은 정리됐겠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며 "기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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