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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외압·수사방해·과실치사… 세월호, 드러나지 않은 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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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참사 5년7개월 만의 재수사… 416가족협의회 “일단 기대를 가져보려고 한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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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년7개월 만에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이 11월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을 꾸려 수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조선일보>는 바로 다음 날 지면에 ‘세월호 또 우려먹겠다는 정권과 검찰, 해도 너무한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입건·구속 절반이 참사와 직접 관련 없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특조위 조사 등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절차가 거듭 진행됐다. 참사 직후 5개월 넘게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만 세월호 선사와 선원, 구조 해경, 해운업계 관계자까지 무려 400명이 입건되고 150명 넘게 구속 기소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선체 불법 증축과 평형수 부족, 부실한 화물 고정, 운전 미숙, 감독 소홀 등 참사를 야기한 원인들이 빠짐없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014년 10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세월호 수사 결과 자료를 보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총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선박 수입, 선박 검사, 운항 관련 면허 취득 등과 관련한 해운업계 비리 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이 전체의 67%인 269명이며, 구속자도 전체의 57%인 88명이다. <조선일보>가 언급한 입건자와 구속자 수의 절반 이상이 세월호 참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셈이다.

실제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 15명, 청해진해운 임원 등 7명, 화물고박업체 2명, 인천지부 운항관리자 2명, 세월호 증축 인가와 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한 한국선급 선체 검사원 1명 등 27명이다. 구조와 관련해서는 123정장 1명만 기소됐다. 세월호 참사와 직접 관련된 책임자는 28명만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당시 수사 과정도 녹록하지 않았다. 특히 해경을 상대로 한 수사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끊임없는 방해를 받았다. 수사 방해 의혹의 핵심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인 2014년 6월5일 검찰이 해경과 청와대의 통화 기록 등을 압수하려 하자, 세월호 수사지원팀장을 맡았던 윤대진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을 꼭 해야겠냐”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실치사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



물론 당시 검찰이 해경과 청와대의 통화 기록 압수수색을 그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묻기는 어렵다. 직권남용죄는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 통화 사건은 세월호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이 직접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외압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법무부의 수사 방해 의혹 역시 앞서 드러난 바 있다. 해경 구조 문제를 수사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은 참사 당일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해경 123정의 김경일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수사하다 2014년 7월29일 소환조사 중 긴급체포했다. 긴급체포를 하는 경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풀어줘야 한다. 당시 광주지검 수사팀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김 정장의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법무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구속만료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아무런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러다 1~2시간 전에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제외하고 영장을 청구하라고 광주지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면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의 책임론이 불거져서 청와대에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당시 수사팀은 김 정장 구속영장청구서에서 그동안 수사의 핵심이었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뺀 채 법원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당시 법무부 장관



이런 수사 방해로 해경 수사가 제대로 되지 못했고, 당시 수사 과정 자체가 세월호 특수단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외압 등 의혹이 불거진 당시 해경에 대한 수사는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세 번째로 발견된 단원고 학생 임아무개군을 헬기로 빠르게 이송하지 않은 해경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의뢰했다. 응급처치가 이뤄진 3009함에서 원격의료로 연결된 의사의 병원 이송 지시가 있었고, 헬기 이용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해경이 배로 4시간41분에 걸쳐 임군을 옮긴 것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 사참위의 판단이다. 이 밖에 세월호 특수단은 당시 구조 과정 전반을 재수사해 구조 실패에 책임이 있는 해경 관계자를 가려내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또 세월호 특수단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가 11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 등 세월호 참사 책임자 40명을 고소·고발한 사건도 살펴보고 있다. 416가족협의회는 검찰 수사 및 1기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부터 전원 구조 오보 책임자,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한 보수단체 대표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고소·고발을 했다. 앞으로도 추가 고소·고발을 할 예정이다. 세월호 특수단은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해온 사참위의 수사 의뢰 사건도 살펴보고 이후 수사와 조사 과정에 여러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특수단의 행보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임관혁 특수단장과 특수단 검사 및 수사관 7명은 11월17일 전남 목포신항을 찾아 인양된 세월호를 살펴보고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

“그 말이 진심이었기를…”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수단장이 세월호를 찾은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인양된 세월호를 직접 둘러본 것은 처음일 것”이라며 “일단 기대를 가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검찰 수사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겠냐는 걱정도 당연히 있다. 그런 우려를 전하니 임 단장이 ‘그런 지적도 충분히 새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환봉 <한겨레>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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