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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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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와 텔레그램 주고받은 '숨은 실세' 천경득 靑행정관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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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개업 후 소액주주 운동에 관심…유시민·정재호·유재수와 친분
2005년 유시민 선거법 위반 사건에 변호인으로 활동…2007년 유시민 대선 캠프 참여
2012년·2017년 두 차례 文대통령 대선 도와…'문재인 펀드' 운영팀장, '더문캠' 총무팀장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 부부와 신한은행과의 분쟁 해결에 관여한 정재호 의원실에서 근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현 여권 유력 인사들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금융위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2017년 10월 (특감반원들이) 유 전 부시장을 감찰했을 때 그가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과 수시로 텔레그램을 주고받으며 금융위 인사와 그 외 인사에 개입한 내용이 포렌식을 통해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복원된 메시지 중에는 유 전 부시장의 인사 관련 부탁에 청와대 인사가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은 인사 중 김경수·윤건영 두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에 비해 천경득 선임행정관은 경력이나 현 여권 내에서의 위상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천 행정관이 숨은 '친문 실세'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46세로 변호사 출신인 그는 문재인 대통령 외곽 지지 모임과 선거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는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재호 의원, 유재수씨 등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2016년 1월 정의당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정의당TV'에 나와 '진보가 선거에서 지는 이유'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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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득, 변호사 개업 후 소액주주 운동 관심

경남 김해 출신인 천 행정관은 경남 창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사법시험 43회에 합격한 변호사(사법연수원33기) 출신이다. 2004년 경기 고양 일산동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런데 변호사 업무뿐 아니라 소액주주 운동 등 금융 관련 활동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4년 3월 '한림창투 소액주주모임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언론에 나와 "25%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인 KTH(케이티하이텔)가 회사를 팔아 넘길 우려가 있다"며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했다. 2006년엔 일성신약에 대한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해 법률 지원을 했다. 2010년엔 그랜드백화점에서 소액주주 대표인 황성식씨가 제안해 2013년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다.

◇유시민 대선 캠프, 文대통령 대선 캠프 참여

천 행정관은 같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유시민 이사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유 이사장이 2004년 총선 당시 홍보물 허위 사실 기재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됐을 때 유 의원 측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유 이사장 캠프에서 운영지원팀장을 맡았다. 천 행정관은 그 해 11월 결혼했다. 당시 그의 결혼을 앞두고 유 이사장 팬클럽 'U시민광장'' 게시판에는 "천경득 변호사는 유 의원의 오랜 지지자"라며 청첩장이 올라왔다.

천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2012년 5월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었던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곽 조직 '담쟁이포럼'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대표를 맡은 이 모임 운영위원은 총 8명인데, 민주당 이상민·김경협·홍익표 의원도 운영위원이었다.

천 행정관은 노사모 회원들의 변호인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았던 2009년 4월 30일, 노사모 회원 150여명이 집회 금지 상소인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현 여권 인사 선거펀드에도 관여

소액주주 운동 등에 참여한 천 행정관은 현 여권 인사들의 선거 펀드에도 관여했다. 천 행정관은 2012년10월 대선을 앞두고 결성된 '문재인 펀드'의 운영팀장을 맡았다. 천 행정관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펀드'를 모집할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천 행정관이 어떤 연유로 문 대통령 선거 펀드 운영팀장을 맡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 여권 인사들의 추천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 많다.

19대 대선을 앞둔 2017년 2월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였던 '더문캠' 총무팀장을 맡았다. 당시 총무본부장은 김영록 현 전남지사, 총무부본부장은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었다. 문 대통령 측이 당시 만들었던 후원회 '문재힘 위원회'의 대표도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후 청와대에 들어가 인사수석실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을 맡았다.

◇우리들병원 사건 논란 정재호 보좌관 지내⋯유재수에 인사청탁 의혹도 불거져

천 행정관은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엔 5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약 5개월간 민주당 정재호 의원(경기 고양을) 보좌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친문(親文) 핵심으로 꼽히는 정 의원은 친노 인사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 부부의 신한은행 대출과 관련해 불거진 분쟁 해결에 관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인물이다.

정 의원이 2015년 12월 출간한 '대통령의 밥값은 누가 낼까'라는 제목의 책에 천 행정관은 "재호형의 머리와 가슴 속에는 늘 모두의 행복을 염려하고 기원하는 열정이 있다"는 추천사를 썼다. 자신보다 8살 많은 정 의원을 '재호형'이라고 부른 것이 눈에 띈다. 이 책 추천사는 천 행정관 외에 문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썼다.

검찰은 최근 유재수씨가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여권 관계자들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분석을 통해 청와대 핵심 참모가 금융위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참모 청탁으로 금융위 고위직에 근무 중인 사람은 A 위원으로, 서울대 재학 시절 유시민 이사장과 각종 시위에 함께 참여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천 행정관이 유씨에게 금융위 고위 인사를 추천하고 실제 해당 인사가 임명됐다는 경향신문 보도도 나왔다.

한편 유 이사장은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청와대를 공격하려고 한다며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검찰이 별건으로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치려는 움직임도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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