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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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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철·가야금의 나라…‘520년 가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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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3일부터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

연맹체 ‘공존·화합’ 가치 지향, 각국 개별성 부정하지 않아

멸망 원인으로 볼 수도 있어…문화재 2600여점 통해 재조명

경향신문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칼과 현’ 특별전에 출품되는 가야 금관(국보 제138호)과 말탄 무사 모양 뿔잔(국보 제275호), 함안 말이산 출토 집모양 토기(왼쪽 사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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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화합.’ 가야는 고대 한반도 남부에서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의 틈바구니에서도 520여년간 둥지를 틀고 살았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부식(1075~1151)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포함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지금까지도 동아시아의 기항지로 번영을 누렸던 가락국(금관가야)이 왜 주변 가야소국을 통합하지 않고 5가야 등 연맹체에 만족했는지는 수수께끼라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야 역사의 핵심을 ‘공존과 화합’으로 정리하면서 3일부터 내년 3월1일까지 가야 역사와 문화를 재인식하기 위한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된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 차원에서 새롭게 진척된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가야사의 역사적 의의를 소개하는 데 의미를 뒀다.

특별전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가야 역사·문화의 특징이 철(무기)과 가야금(악기)이라는 점을 감안해 ‘가야의 본성(本性)=칼과 현’이라고 이름 붙였다. 가야가 보유한 강성한 힘(칼)과,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가야금(현)을 상징했다는 것이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일본 도쿄(東京)국립박물관 등 31개 기관이 출품한 가야 문화재 2600여점이 총출동한다. 이 중에는 가야 금관(국보 제138호·리움), 말탄 무사 모양 뿔잔(기마인물형 각배·국보 제275호·국립경주박물관), 고령 지산동 고분 금동관(보물 제2018호·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함안 말이산 고분 출토 항아리(44㎝·국립김해박물관)와 집모양 토기(두류문화연구원), 김해 대성동 출토 허리띠 꾸미개(대성동고분박물관), 봉황장식 큰 칼(봉황장식대도·경상대박물관), 배모양 토기(주형토기·삼한문화재연구원) 등이 눈에 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새롭게 소개된 가야 유적과 유물이 전시된다.

최선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남원 운봉고원과 순천 등지에서 발견되는 가야 무덤은 가야의 여러 세력이 가라국 편에 섰음을 의미한다”며 “새롭게 발굴한 호남 동부지역의 가야 모습은 가야가 추구한 화합과 공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전은 공존, 화합, 힘, 번영 등을 주제로 프롤로그와 1~4부, 에필로그로 진행된다.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신화와 설화에서 그칠 게 아니라 어떻게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 반추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1부 ‘공존’에서는 북방유목민·왜·신라·백제·고구려 등과 교류했음을 알려주는 각종 유물이 전시된다. 2부 ‘화합’에서는 호남 동부의 남원, 순천 세력을 규합한 가야가 중국에 사신을 파견해 위상을 새롭게 하고 우륵의 가야금 12곡을 만들어 화합을 도모했음을 조명한다. 3부 ‘힘’은 무기와 마구(馬具)·제철 기술 관련 유물로 상징되는 ‘철의 나라 가야의 힘’을 보여주는 파트이다. 4부 ‘번영’에서는 중국·한반도·일본을 잇는 동북아 교역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이룬 가야를 ‘번영’이라는 핵심어로 전시했다. 마지막 에필로그는 망한 가야의 유산을 안고 살아간 ‘가야의 디아스포라’를 이야기한다.

윤온식 학예연구사는 “가야는 강자의 패권으로 전체를 통합하지 않았고, 언어와 문화의 바탕을 공유하면서 각국의 개별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가야의 존재 방식이었고, 또한 멸망의 원인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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