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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의 100세 시대 생애설계 ] 생애사명이란 무엇인가?(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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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생애사명은 상당히 무겁고 심각하고 거창한 말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사명”이라는 말에 대한 정의는 분명히 있지만 “생애사명”에 대한 확실한 정의는 없는 것 같다. 필자는 수년 동안 생애사명에 대한 가장 공통적이고 합리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학술적으로 그리고 생애설계나 관련 설계 전문가들의 주장과 서비스 활동을 조사해 봤지만 합리적인 정의를 찾기 어려웠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필자가 터득한 생애사명의 정의를 제시해 보겠다. 생애사명은 2가지 핵심 요인으로 구성되며, 그 2가지 요인을 확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른 2가지 요인이 있다.

사명(使命: mission)의 사전적 의미는 “맡겨진 임무”, “(특별히 어떤 곳을 여행하거나 방문하는 것과 관련하여) 정치적, 종교적, 상업적으로 맡겨진 중요한 과업”, “사신이나 사절에게 주어진 임무”이다. 좀 더 일반적으로는 사용하는 의미는 “(어떤 개인이나 조직에) 맡겨진 일(활동)”이나 “(개인이나 조직이) 수행해야 할 일(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명과 거의 비슷한 말로 소명(召命: calling)이 있다. 소명은 종교적 의미에서 “신이나 절대자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일”을 의미하지만 그 뜻이 일반화되어 “개인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헌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사명과 소명은 아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말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사명이 아니라 “생애사명”은 그런 일(활동/행동)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생애사명은 두 가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종교적 또는 영적 입장에서 출생 이전부터를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내가 이 세상에 보내진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고 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입장은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할만한 가치는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고 보람되고 바람직한가를 생각하며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생애사명은 현재 이후 나의 생애전체를 생각하는 것이므로 생애설계 시점에서 개인에 따라 남은 생애기간 또는 생애주기가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이후 남은 생애 동안의 나의 사명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100세 인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오래 일하고 활동하기 위해 일생 동안 주요 전환기(예를 들면 1차, 2차, 3차 퇴직과 취업/재취업 등, 전업주부인 경우는 남편 퇴직과 취업/재취업 등)를 맞으면서 생애사명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생애사명은 현재부터 다음 전환기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만 설정하거나 전환기에 관계없이 평생 일관되게 한 가지 사명을 설정하여 유지할 수도 있다. 생애설계를 시작하면서 남은 생애 전체를 포괄하는 한 가지 일관된 생애사명을 확립하느라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일단 다음 전환기까지로 생각하고 생애사명을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더 나아가서 가능하면 생애 전체의 일관된 사명을 확립하면 더욱 바람직하다.

자신의 존재 가치는 1)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2) 자기 삶의 지표가 되는 원칙이나 신념, 또한 (3) 자기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 등이 될 수 있다. 자기 존재 가치는 자기 스스로 좋아서 선택하는 것이고, 개인이 선택하는 가치는 다양하고 수없이 많다. 존재 가치는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모두 해당하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제 포괄적인 하나의 가치를 설정하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생활의 주요 영역별로 나누어 설정하는 것이 좋다.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느냐는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으며 보람되게 살아가는 삶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심적인 사항이다.

자신의 존재가치가 확인되었다면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람에 따라 존재가치를 말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같이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생애사명은 (1) 왜 이 세상에 보내졌는지(왜 이 세상으로 여행 왔는지) 또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나 의미가 무엇인지에 해당하는 존재 가치(여행 목적/삶의 의미)와 (2) 그 존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활동)을 할 것인가의 2 가지 요인을 포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생애사명에서 말하는 “할 일”, “하기를 원하는 일”, “해야 할 일”은 어떤 구체적인 직업 역할이나 활동이라기보다는 자기 존재가치 실현에 해당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활동 또는 행동의 방향을 말한다. 구체적 직업 활동이나 행동은 생애설계 제2단계인 목표설정에서 말하는 목표에 해당되는 것이다.

생애사명의 2가지 핵심적 요인인 존재가치와 활동(행동) 방향을 정할 때 가치를 먼저 정하고(선택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를 나중에 정하는 것이 보다 논리적이다. 그런데 내가 어떤 활동을 할 것(하려는 것)은 정해졌지만 가치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 가치는 그런 활동을 하려는 이유나 목적이 무엇인지, 왜 그런 활동을 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면 그 답이 바로 가치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생애 사명의 핵심적 요인은 (1) 자신의 존재가치와 (2)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해야 하는) 넓은 범위의 활동이나 행동이 되어야 바람직하다.

[최성재 - (사)한국생애설계협회 회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청와대 고용복지수석/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IAGG) UN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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