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4차 협상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면서 분담금 인상을 압박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런던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토론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두 방향 모두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 생각은 우리가 주둔한다면, 그들이 좀 더 공정하게 짐을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지만 방위비를 더 내라고 대놓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발언이다.
그간 수차례 주한미군 철수 발언을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생각만 해오던 주한미군 철수를 실행에 옮기게 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상하원은 주한미군을 현재 인원 수준인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기 위해선 의회의 별도 승인을 거쳐야 하는 조항이 포함된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최근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며 동맹국과 협의할 경우 감축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지 수 시간 뒤 워싱턴DC에서는 제11차 SMA의 네 번째 협상이 시작됐다. 지난달 19일 열렸던 3차 협상이 80분 만에 결렬된 지 2주 만이다. 워싱턴 덜레스공항에 도착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합리적으로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SMA 틀 범위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사는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과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 입장 차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2일 미 국방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한국의 기여도를 강조하며 합리적 분담의 필요성을 밝혔다.
반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의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그는 또 "더 많은 협력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우리의 능력뿐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협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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