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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마크롱 "나토는 腦死상태" 발언에 산산조각난 美佛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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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출범 70주년을 맞은 서양의 군사 동맹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을 상업적인 거래 대상으로 본다며 "나토는 뇌사(brain death)상태"라고 한 것이 화근이 됐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며 나토를 공격해왔다.

조선일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프랑스 양국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견 차이로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에 대해 "아주 아주 형편없는(very, very nasty) 발언"이라며 "미군이 군사비 지출 동맹 공동 목표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를 방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국 정상을 공격한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상업적인 (거래) 대상’으로 본다"며 "나토는 뇌사상태"라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빠르게 유럽에 등을 돌리고 있고,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 사이의 사전 조정이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리아에서 철군을 결정했고, 또 다른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다른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시리아를 침공해 IS(이슬람국가) 격퇴전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을 공격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한때 ‘좋은 친구’였던 두 나라는 관세 문제를 두고도 으르렁거리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2일 프랑스의 미국 I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산 24억달러(약 2조8500억원)어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최대 100%까지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미 관세를 면제했던 동맹국에까지 기습적으로 전선(戰線)을 확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정부에선 기존 합의도, 동맹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재선 도전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수렁에 빠지자 보호무역을 무기삼아 마구 휘두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두 정상의 대면장 분위기는 매우 싸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뇌사 발언을 다시 옹호했으며 무엇보다 터키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협력하는 것과 관련해 계기를 마련한 미국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나토) 공동의 적은 테러리스트 단체인데, 나는 우리가 테러리즘에 대해 같은 정의를 내리지 않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나토에서는 터키의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침공이 큰 문제로 불거졌다. 프랑스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동맹국인 터키의 군사작전을 반대했지만, 미국이 동맹국 상의 없이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면서 터키는 공격을 감행했다. 국제연합군과 함께 IS를 퇴치한 쿠르드족을 터키가 공격한 것은 동맹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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