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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예결위 지지부진… 전례없는 ‘깜깜이 예산’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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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달 2일 처리’ 합의했지만…

조선일보

박정 국회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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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이 매년 쟁점 예산을 밀실에서 다뤄온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小)소위원회(소소위)’가 올해는 예년보다 더 큰 예산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당이 내달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예결위에서 쟁점 예산 처리가 지지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예산은 결국 양당 원내 지도부가 들어오는 소소위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소위에서는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깜깜이 심사’가 이루어진다.

26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내달 2일 본회의를 열어 세법과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12월 2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서는 이달 29일까지 예결위 심사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예결위 관계자는 “예년보다 예결위 심사 속도가 일주일가량은 느리다”며 “이제 감액 심사를 한 번 마쳤고, 26일에서야 증액 심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결국 심사 기한 부족으로 ‘보류’ 항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류가 많아지면 소소위가 다루는 예산도 늘어난다.

이렇게 예산 심사 속도가 느린 건 야당이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감사원 예산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예결위에서 특활비 15억원, 특정 업무 경비(특경비) 45억원에 대해서 전액 삭감 의견을 고수하자 여당이 반발해 보류됐다. 이날 감사원은 “예결위 소소위는 위법”이라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감사원 예산마저 밀실에서 깜깜이 심사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예결위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단지 특정 기관·부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치졸한 보복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검찰 특활비, 원전,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공적개발원조(ODA) 등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한 예산도 소소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2조8000억원의 감액을 요구한 정부 예비비(4조8000억원) 등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결위 관계자는 “보류가 너무 많아서 감액 규모조차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주도로 2조원을 신규 반영해 의결한 지역 화폐 예산도 소소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거야(巨野)가 부분 삭감도 아니고 전액 삭감을 밀어붙이니, 현실적으로 예결위 차원에서 조율이 어렵다”며 “처음부터 여야 지도부가 밀실에서 쟁점 예산을 심사하려고 작정한 것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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