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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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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1심 무죄’ 법조계·법학계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문제 없다

법원은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대표의 요구로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김진성씨에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 논란이다. 거짓말을 요구한 이 대표는 “고의가 없다”며 무죄로 보고, 처벌을 감수하면서 이 대표 부탁을 들어준 김씨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 요구 이상으로 거짓말을 한 김씨만 처벌받은 셈이다. 이 판결에 대한 법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해석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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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관련 1심 재판 무죄 선고 소식에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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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하는 법조인들은 “피고인의 방어권 범위를 넉넉히 보장하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고 말한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26일 본지에 “이번 판결은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기 위한 활동을 처벌받아야 할 위증 교사 범죄로 엄격하게 제약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정당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법원·검찰이 피고인 스스로 무죄라는 것을 확인하고 입증하려는 활동을 범죄로 보는 분위기가 있어 실무에서 변론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단순히 변론 요지서를 (증인에게) 보냈다고 해서 위증 교사로 일괄 처벌하는 도식은 깨져야 한다. 증언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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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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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변호사는 “검찰은 증인을 법정에서 신문하기 전 사전에 불러 면담하기도 하는데, 그에 반해 피고인은 재판에 대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면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방어권을 더 보장하는 방향이 맞는다”고 했다. 다만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로부터 유리한 증언을 요청받은 김진성씨 입장에서는 (위증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며 “이 대표의 이런 요구가 위증 교사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재판에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표와 김씨의 녹취록을 보면, 이 대표는 김씨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해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말해달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녹취록을 세세하게 살펴 김씨의 위증을 이 대표가 종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과 당시 정황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 올바른 판결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가 김씨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변론 요지서를 보낸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을 요청한 (검사 사칭) 사건이 16년 전 일이기 때문에 기억을 되살리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인다. 재판부도 그래서 ‘통상적인 증언 요청’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했다”는 김씨의 자백에도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자백의 신빙성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씨는 수사 초기 ‘위증을 안 했다’며 부인하다가 나중에 ‘위증했다’고 자백했다”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영향을 받아 김씨 진술이 뒤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변호인단이 김씨 자백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을 것이고, 재판부도 이 같은 점을 참작해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무리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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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사범은 무죄, 위증범은 유죄’인 판결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김씨가 위증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앞서 이 대표의 확실한 교사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우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김씨가 꼭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것인지, 스스로 위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허위 증언을 했는지 등이 엄격하게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위증 교사가 아닌 다른 일반 형사 사건에서도 교사범의 혐의가 증명되지 않아 시킨 사람은 무죄, 직접 범행을 한 사람은 유죄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또 “통계적으로 위증범보다 교사범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맞지만, 교사범이 범행을 기획했다는 혐의가 명확한 증거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교사 행위에 대해 예상 밖의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위증범의 자백 등이 있으면 위증 교사범의 혐의도 인정해 무겁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표 판결은) 이례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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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희균 서울시립대교수, 서보학 경희대교수, 양홍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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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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